한화는 지난 3일 대전 SK전에서 3-0으로 졌다. 롯데는 같은 날 부산에서 두산을 이겼다. 동시에 9위 한화와 10위 롯데의 순위가 뒤바뀌었다.
한화가 시즌 도중 꼴찌로 내려 앉은 것은 2016년 7월 6일 이후 약 3년 1개월 만에 처음. 지난 6월 18일 순위가 9위까지 떨어진 뒤 최하위 추락을 가까스로 피한 채 두 달 가까이 버텼다. 그러나 끝내 팀 순위 앞에 '10'이라는 숫자를 달고 말았다.
후반기 7경기 만에 롯데와 자리를 바꿨다. 예견된 결과나 다름없다. 이전까지도 최하위로 내려갈 위기를 숱하게 모면했다.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롯데와 같은 날 지고 같은 날 이기는 구도가 이어져 왔기에 더 그렇다.
한화는 롯데에 게임차 없이 승률에서만 앞선 채 후반기를 시작했다. 1패가 곧 꼴찌로 이어질 수 있는 살얼음판 '탈꼴찌 전쟁'을 아슬아슬하게 계속했다. 하지만 후반기 첫 여섯 경기에서는 두 팀이 놀랄 만큼 같은 결과를 냈다. '평행 이론'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후반기 첫 3연전에서는 두 팀 다 스윕패를 당했다. 한화는 대구에서 삼성에 세 경기를 모두 내줬고, 롯데는 부산에서 SK에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두 팀의 순위도 요지부동. 9위와 10위의 얼굴은 바뀌지 않았다.
그 구도는 주중 3연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지난달 30일 한화가 수원 KT전에서 패하자 롯데가 대구에서 다시 삼성에 졌다. 다음 날인 31일에는 마침내 롯데가 삼성을 8-4로 꺾고 후반기 첫 승리이자 공필성 감독대행 체제 첫 승리를 올렸다. 하지만 한화도 KT를 5-2로 꺾으면서 8연패를 끊고 후반기 첫 승을 신고했다.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인 1일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롯데가 대구에서 삼성을 상대로 3회까지 8점을 뽑아내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한화도 9위 자리를 호락호락하게 내주지 않았다. 5회까지 0-0으로 팽팽히 맞섰지만, 6회 3점을 뽑으면서 앞서기 시작한 뒤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그렇게 운명 공동체처럼 함께 움직이던 두 팀의 '불편한 동맹'은 결국 경기가 없던 2일 하루 숨을 고른 뒤 3일에야 깨졌다. 롯데는 다시 승리해 3연승을 달렸지만, 한화의 기세는 두 경기 만에 꺾였다. 그렇게 한화의 최하위 악몽이 찾아왔다.
지난 시즌의 영광은 온데간데없다. 한화는 한용덕 감독 부임 첫 해인 지난해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쳐 11년 만에 기적같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한화의 고질적 약점 가운데 하나였던 불펜이 환골탈태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1년 만에 다시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렸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예전의 한화'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을 빛냈던 장점은 사라지고 과거의 패착은 되풀이됐다. 개막 전 구상했던 선발 로테이션은 첫 바퀴를 다 돌기도 전에 와르르 무너졌고, 선수단 재건을 위해 기용한 젊은 선수들은 성장이 더뎠다. 시즌 개막 전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가 트레이드를 요청하다 이탈한 사건을 비롯해 안팎으로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들도 '특급' 활약은 해내지 못했다. 새 원투펀치 워윅 서폴드와 채드 벨은 물론이고, 지난해 맹활약해 재계약에 성공한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도 평균을 간신히 웃도는 성적으로 체면 치레 정도만 했다. 구심점 없는 선수단은 방향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표류했다.
선수들은 승리 속에서 성장한다. 하지만 한화는 또 한 번 '이기지 못하는' 리빌딩을 추진하다 스스로 발목을 잡혔다. 문제점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점점 더 악화되기만 한다. 끝내 다시 한 번 '바닥'을 체험한 한화의 운명은 이제 어떻게 될까. 지난 시즌이 화려했기에 올해의 부진이 더 어둡기만 한 한화의 2019년 8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