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마친 키움이 팀 재정비에 돌입한다. 당면 과제는 일단 장정석 감독과의 재계약이다.
장 감독은 2017시즌을 앞두고 3년 총액 8억원에 계약했다. 프로 지도자 경험이 일천한 초보 감독에게 2년이 아닌 3년을 계약기간으로 보장해준 것이 파격적이었지만, 금액 자체는 계약금 2억원에 연봉 매년 2억원으로 그리 크지 않았다.
그 3년간 장 감독은 구단이 기대한 것 이상의 성적을 냈다. 부임 첫해는 시즌 내내 부상 선수가 속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2년째인 지난해는 플레이오프까지 올라 명승부를 펼쳤다.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는 창단 두 번째 한국시리즈로 팀을 이끄는 활약까지 했다. 특히 준PO와 PO에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팀 운영으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재신임 요건은 충분히 갖춘 셈이다.
초보 감독이 두 번째 재계약에 성공했던 가장 최근 사례는 조원우 전 롯데 감독이다. 조 감독은 2016년 2년 총액 7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각 2억원)에 사인했고, 2년 뒤 재계약하면서 3년 총액 12억원을 받았다.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간 장 감독의 재계약은 이보다 훨씬 높은 선에서 논의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그 후에는 내부 프리에이전트(FA)에 대한 판단이 남아 있다. 지난해 말 삼각 트레이드로 영입했던 포수 이지영과 현대 때부터 팀에 몸 담은 투수 오주원이 모두 FA 시장에 나온다. 이지영은 올해 포스트시즌에 공수에서 맹활약해 자신의 필요성을 입증했고, 오주원은 올해 마무리 투수 조상우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잘 메우면서 18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했다. 둘 다 키움 전력에선 꼭 필요한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모기업 없이 네이밍 스폰서 체제로 운영되는 키움은 FA 선수 잔류에 큰 돈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까지 키움이 붙잡은 내부 FA는 지난 겨울 사인한 베테랑 불펜 투수 이보근이 전부다. 조건은 3+1년에 총액 19억원. 함께 FA가 됐던 내야수 김민성은 계약 후 사인 앤드 트레이드 형식으로 곧바로 LG로 보냈다. 그러나 이보근이 올해 극심한 부진으로 제 몫을 못한 터라 또 다시 내부 FA에 베팅하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선수들과의 연봉 협상도 관건이다. 15억원을 받고 있는 박병호 외에는 5억원을 넘는 고액 연봉자가 없지만, 젊은 주축 선수들의 몸값이 서서히 오르고 있다. 김하성이 올해 3억2000만원을 받았고, 이정후도 올해 연봉 2억3000만원보다 몸값이 훌쩍 뛰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조상우 역시 인상 요인이 많은 선수다. 특히 조상우는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린 데 대한 징계 의미로 올해 연봉 6000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내년 연봉 협상은 삭감 전 연봉인 1억2000만원을 기준으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좋은 성적 뒤에 늘 찾아오는 고민의 시간. 키움은 올 겨울 어떤 선택을 내리고, 누구에게 얼만큼 돈을 쓰게 될까. 스토브리그가 이렇게 막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