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20)는 국가대표팀의 조커다. 사령탑은 그의 비범한 자질이 적소에서 발휘될 수 있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김경문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 11일부터 약 3주 동안 강백호의 타격 훈련을 지켜봤다. 매번 감탄한다. 투구 궤적에 따라 최적 스윙을 하는 감각이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남다른 재능을 칭찬하기도 했다. 약점으로 평가되는 수비력은 평가 유보다. "수비가 좋아야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나아져야 한다"며 조언하면서도 "(경기에)못 내보낼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훈련과 연습 경기를 통해 더 주시할 생각이다.
강백호는 주전 외야수는 아니다. 좌익수는 주장 김현수가 나설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수비가 좋은 이정후, 박건우, 민병헌이 남은 자리를 두고 경합할 전망이다. 김현수가 1루수로 나서도 구도는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대회는 경험이 많은 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 김경문 감독의 지론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조커로 나섰을 때는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다. 현시점에서도 대타 1순위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장타력을 갖췄고, 약점을 보이는 투수 유형도 없다. 실전 감각도 끌어올리고 있다. 29일 고척돔에서 열린 상무와의 평가전에서도 타석이 거듭될수록 배트 중심에 타구를 맞추더니 기어코 안타를 쳤다.
현재 대표팀 주장인 김현수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해낸 역할을 기대받는다. 김경문 감독은 조별 리그 일본전에서 2-2 동점이던 9회 초에 2사 1·2루 득점 기회가 오자 좌투수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좌타자인 김현수를 대타로 내세웠다. 중전 안타가 나왔고 3-2로 앞서갔다. 흔들린 일본은 실책성 플레이를 남발했다. 한국이 5-2로 승리했다.
이 순간을 돌아본 김 감독은 "김현수의 콘택트 능력을 믿었다"고 했다. 11년이 지난 2019년에도 '막내' 야수를 향해 "중요한 순간에 내세울 수 있는 선수다"고 인정했다. 계보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조커 활용은 수비까지 확장될 수 있다. 그는 포수로도 활용할 수 있다. 고교 시절 주포지션이다. 현재 대표팀 포수는 양의지와 박세혁, 2명뿐이다. 내·외야진 개개인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포수의 추가 발탁을 포기했다. 맞닥뜨리면 안 되는 상황이지만, 만약 안방을 지킬 자원이 없어지면 투입이 가능하다.
선수는 처음으로 발탁된 성인 대표팀 생활에 이미 적응을 마쳤다. 절친인 이정후, 고우석이 함께 승선한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하다. 이정후와는 한 조에서 배팅 훈련을 하기 때문에 항상 붙어 다닌다. 그리고 여느 젊은 선수처럼 성장을 겨냥한다. 평소에는 인사 정도만 하던 다른 팀 소속 선배들과 교감한다. 강백호는 "특히 민병헌 선배님한테 외야 수비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받았다"고 전했다.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어떤 상황에 경기에 나서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나라를 대표로 그라운드를 밟는 만큼 더 책임감을 갖겠다. 그리고 팀에 도움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트 이승엽, 포스트 이대호 시대를 준비하는 한국 야구다. 강백호가 경험을 쌓고, 성장하는 것은 이 대회의 큰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