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영애가 14년 만의 컴백작 영화 '나를 찾아줘'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배우 이영애의 진가를 입증한다.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나를 찾아줘'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나를 찾아줘'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은 정연(이영애)이 낯선 곳, 낯선 이들 속에서 아이를 찾아 나서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제44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섹션에 초청된 바 있다. 이영애, 유재명, 박해준, 이원근이 출연한다. 신예 김승우 감독이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았다.
이 작품은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이영애가 선택한 영화로 크게 주목받았다. 이영애는 아이를 찾기 위해 낯선 곳으로 뛰어든 정연 역을 맡았다. 엄마가 된 이영애가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를 연기해 기대가 컸다.
덕분에 이영애는 아이를 잃은 엄마를 더욱 처절하게 표현한다. 극중 정연에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일 터다. 물론 이는 이영애에게 출연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했다.
이영애는 "엄마로서 출연을 결정하기 전 고민했다. 그런데, 현실은 상상 이상으로 잔인하고 힘들다. 그것을 우리가 알리는 과정도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주는 것이 배우로서 큰 보람이 아닐까. 이 영화로 알려줄 것이 정말 많다. 배우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 용기 냈다"고 말했다.
이영애의 말처럼 '나를 찾아줘'는 아동 학대 등 민감한 사회적 문제들을 건드린다. 봐주지 않고 직진 화법으로 이야기한다.
"모성애 연기에 굳이 차이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장르와 색깔, 메시지가 다르다. 역할 안에서 집중하며 함께했다"는 이영애는 "이 영화는 모성애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모성애 뿐 아니라 여러 이야깃거리가 많다. 모성애에만 큰 주안점을 주지는 않았다. 엄마가 되고 나니 아프고 슬퍼서 현장에서 힘들기도 했다. 그래서 오히려 앞서가지 않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단순히 이영애가 엄마로 등장하기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 외딴 섬으로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나서는 정연 앞에 놓인 가시밭길을 굳건히 견뎌낸다. 바닥에 패대기쳐지기도 하고, 흉기를 휘두르기도 한다. 건장한 남자들에게 쫓기면서도 아이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나아간다.
이영애는 "저렇게 힘든 장면을 잘 넘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현장에서는 힘든지 모르고 작품이 좋았기에 겁 없이 욕심이 나서 배우로서 뛰어들었다"며 작품에 담긴 열정을 전했다.
'나를 찾아줘'는 반대 축을 담당하는 유재명의 존재감이 큰 작품이다. 정연을 경계하는 인물인 홍경장을 연기한다. 불법도 용인되는 작은 섬에서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는 인물로, 정연의 등장으로 평화가 깨지자 분노한다.
유재명은 "악역이다. 극중 정연과 대립하는 인물들의 중심이다"면서도 홍경장이 단순한 악역은 아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하고 공유하지 못하는 어른들을 묘사한 것이다. 어른들은 삶의 경험이 많고 먹고 살만한 위치에 있지만, '다 지나간다. 누가 요즘 남의 일에 신경쓰냐'는 말을 덕담처럼 나눈다. 용기 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한 악역을 만들고 싶었다. 정연을 안쓰러워하지만 그 이상은 다가가지 않은 태도를 보인다. 그러한 그림을 위해 이영애와 많은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나를 찾아줘'로 장편 데뷔한 김승우 감독은 무거운 주제를 스릴러라는 형식에 잘 담아냈다. 배경 하나 허투루 쓰지 않고 관객에게 여운을 전한다.
첫 장편 영화부터 이토록 어려운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김 감독은 "조심스럽다. 표현에 있어서 다 숨기는 것이 능사는 아닐 거라 생각했다. 표현할 수 있는 선에서 잘못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최대한 조심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모든 배우들과의 순간들이 감동적이었다. 감정의 깊이도 강했고, 신체적으로도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해야했다. 다들 이 작품의 한 지점만 봤던 것 같다. 잘 찍어보고 잘 표현하고자하는 생각으로 바닷속이든 뻘이든 달려들었다"면서 "첫 장편을 이영애, 유재명과 함께해 영광이었다. 처음엔 부담이었는데 이영애와 이야기를 나누며 부담감이 사라졌다. 이영애와 나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가장 가까운 동료라는 생각을 들게 해줬다"며 공을 돌렸다.
엄마 이영애의 처절한 얼굴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나를 찾아줘'는 오는 2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