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전환을 준비하는 SK 왼손 투수 김태훈(30)이 팔꿈치 수술 후 첫 실전 등판을 마쳤다. 지난해 구원왕에 오른 마무리 투수 하재훈(30)도 본격적인 실전 점검을 시작했다.
김태훈은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에넥스필드에서 열린 NC와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1⅓이닝 동안 타자 8명을 상대하면서 5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1차 캠프에서 라이브 피칭만 소화했던 김태훈의 첫 실전. 안타 수가 많았지만 빗맞은 안타가 대부분이었다. 직구 9개와 투심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고루 던진 뒤 두 번째 투수 백승건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날의 등판이 더 중요했던 이유는 김태훈이 지난해 11월 왼쪽 팔꿈치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뒤 처음으로 진짜 경기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루 전 모자를 쓰다 "갑자기 팔꿈치가 아프다"고 농담해 주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그는 이날 통증 없이 공 25개를 무사히 던지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이어 포수 뒤편 관중석에 진지한 표정으로 앉아 양 팀 다른 투수들의 구종과 구위를 꼼꼼히 지켜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올해 SK는 김태훈의 활약을 꼭 필요로 한다. 그는 전임 에이스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로 떠난 뒤 한 자리가 비어 있는 SK 선발진에서 가장 강력한 5선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맡았던 불펜 승리조 보직을 내려놓고 선발 투수로 새 도약을 꿈꾼다.
김태훈은 등판 뒤 "마운드가 조금 이상했다"고 짐짓 웃어 보이면서 "안타를 많이 맞긴 했지만 정타가 많지 않아서 긍정적인 것 같다. 변화구 위주로 던지면서 타자들의 반응을 보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김태훈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0km로 찍혔다. 그는 "직구 스피드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변화구 제구에 더 신경을 썼다"며 "선발로 뛰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남은 캠프 기간에 더 잘 준비해서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르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하재훈도 8회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무사히 캠프 첫 실전 피칭을 마쳤다. 1이닝 동안 세 타자를 사대로 안타와 볼넷 없이 2탈삼진 무실점으로 위력적인 피칭을 했다. 직구 5개와 커브 6개를 던졌고, 직구 최고 시속은 140km가 나왔다.
해외 리그에서 뛰다 지난해 KBO 리그에 데뷔한 하재훈은 '늦깎이 신인'으로 출발한 첫 해부터 36세이브를 올려 단숨에 정상의 마무리 투수로 발돋움했다. 강력한 구위와 남다른 배짱을 앞세워 올해 최고 소방수 '굳히기' 준비를 착착 해나가고 있다.
그는 경기 후 "올해 첫 실전 등판이었는데 결과가 나쁘지 않아 만족한다. 시즌을 준비하면서 커브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훈련했고,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며 "개막 전까지 절대 아프지 않고 완벽한 준비를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외에도 또 다른 SK 5선발 후보인 이원준은 2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해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3km. 간판 타자 최정은 전날 경기에 이어 이틀 연속 홈런을 날려 쾌조의 타격감을 뽐냈다. 이재원 역시 솔로 홈런으로 힘을 폭발했다. SK는 애리조나 네 번째 연습경기 만에 첫 승리를 거둬 3연패 사슬에서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