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울산이 역대급 스쿼드를 꾸린 것이다. 시즌을 앞두고 기존 멤버가 건재한 가운데 이청용·윤빛가람·조현우·정승현·고명진 등 국가대표급 멤버들을 대거 영입했다. 여기에 국가대표 출신 박주호, 이근호 등도 대기 중이다. 이런 최강의 스쿼드를 꾸린 울산은 당연히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이로 인해 김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누구를 베스트 11로 내세울 지에 대한 고민이다. 일부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경기에 뛰지 못하는 상황이 매번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올 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경기 수가 27경기로 줄어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더욱 줄었다.
김 감독의 철학은 가장 컨디션이 좋은, 가장 잘 하는 선수들을 선발로 투입시키는 것이다. 1라운드 상주 상무전 4-0 대승을 시작으로 2라운드 수원 삼성전 3-2 짜릿한 역전승까지, 김 감독의 선택을 받은 이들은 믿음에 보답했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삐끗했다. 1부리그 승격 팀으로 2라운드까지 2연패를 당한 부산 아이파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울산과 부산은 대등한 경기력으로 맞섰고, 결과도 1-1 무승부로 끝났다.
승격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울산. 또 '라이벌' 전북이 3연승을 달린 상황. 울산은 분명 문제점이 있기에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이다. 이에 '로테이션'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핵심은 수비 로테이션이다. 수비는 조직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에 대체적으로 안정된 수비라인은 큰 변수가 없는 이상 잘 바꾸지 않는다. 이제 3라운드를 치렀기에 체력적인 부담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김 감독은 부산을 상대하면서 수비라인에 변화를 줬다. 2라운드까지 승리를 챙긴 포백라인인 데이비슨-불투이스-정승현-김태환 중 절반을 바꿨다. 부산전은 정동호-불투이스-김기희-김태환이 나섰다. 그러자 미세한 변화가 일어났다. 아주 큰 실수와 조직력에 큰 구멍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동호와 김기희는 아직 울산의 수비라인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변화가 울산의 무승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2경기 동안 실전에서 호흡을 맞춘 기존 포백을 기용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승리했다면 적절한 로테이션이라는 찬사가 나왔겠지만 승리하지 못해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김 감독은 "중앙수비수를 맞춰보는 상황이다. 많은 중앙수비수들이 있지만 누가 나가도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는 믿음이 있다. 이번에는 정승현이 아닌 김기희에게 기회를 줬다. 김기희도 괜찮았다. 자기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본다. 매 경기 많은 변화를 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조금의 변화를 통해서 그 선수들의 능력을 그라운드에서 확인하고자 한다. 계속 맞춰갈 것이다. 열심히 보다, 잘 하는 선수들을 기용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국가대표급 수비수들을 많이 보유한 김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다. 지난 시즌 주전 수비수였던 윤영선은 아직까지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감독은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상대에 따라, 전술에 따라 흔들림없는 수비력을 원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훈련 뿐 아니라 실전에 투입시켜봐야 한다. 아무리 화려한 멤버가 있더라도 조화되지 않으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완벽한 감독은 없다. 완벽한 선수도 없다. 그렇기에 완벽함을 이루기까지는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시행착오가 없는 성공적 과정도 없다. 김 감독과 울산의 수비는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승리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시행착오가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이제 겨우 3경기 치렀을 뿐이다. 그리고 이제 겨우 한 번 비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