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신인왕 소형준(20·KT)이 꼭 이겨보고 싶은 타자가 있다. 최주환(SK)과 이정후(키움)다.
소형준은 지난해 11월 13일 열린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두산 5번 타자 최주환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다. 두산이 2-0으로 이겨 최주환의 홈런은 결승타가 됐다. KT는 이 경기를 내주며 한국시리즈(KS)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 뒤 소형준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소형준은 지난해 12월 열린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2021시즌 맞대결이 기대되는 선수를 꼽아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최주환 선배님"이라고 답했다. KT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다시 만난 소형준에게 그 이유를 묻자 "재치 있게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동시에 (PO 피홈런을 설욕하고 싶은) 속마음도 전한 것"이라며 웃었다. PO 4차전에서 홈런을 맞은 공은 시속 141㎞ 슬라이더. 소형준은 "최주환 선배님에게 직구를 던져 삼진을 잡고 싶다"라는 각오도 전했다.
1년 전, 데뷔를 앞둔 소형준은 '가장 맞대결을 원하는 선배'로 이정후를 꼽았다. 2017시즌 신인왕 이정후는 2019시즌 타율(0.336) 4위, 최다 안타(193개) 2위에 오르며 외야수 부분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당시 소형준은 "중계를 볼 때마다 안타를 치시더라. 2019 프리미어12 대회에서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안타를) 맞더라도 대결해보고 싶다"고 했다.
소형준은 2020시즌 키움전에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았다. 이정후와의 맞대결도 성사되지 않았다. 그래서 2021시즌 대결을 기대한다. 소형준은 "내 생각에는 이정후 선배님이 KBO리그 타자 중 콘택트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 같다. (키움전을) 벤치에서 보며 '상대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타자를 상대로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하기 때문에 승부가 더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프로 두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 소형준은 지난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단기 인스트럭터로 KT 스프링캠프를 방문한 선동열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19일에는 선 감독 앞에서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소형준은 "선동열 감독님께서 '나는 네 나이 때 힘으로만 던지려고 했는데, 피칭 밸런스 잡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씀해주셨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앞서 소형준은 "선 감독님께 등판 전 마음가짐, 부진을 극복하는 노하우에 대해 여쭙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결과가 안 좋은 적이 없으셔서 (멘털 조언을 구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소형준의 질문을 받은 선 전 감독은 일본(주니치) 진출 첫 시즌(1996년) 얘기를 꺼내며 "나는 그때 2군도 아니고, 교육리그까지 내려갔다. 유니폼도 입기 싫을 정도였다. (첫 시즌 실패 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그때 마음가짐에 대해 얘기해주겠다"고 했다. 소형준을 포함한 KT 투수들은 21일 밤 선 전 감독과 간담회를 갖고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소형준이 2020시즌만큼 활약한다면 KT는 리그에서 가장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다. 소형준은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지난 시즌보다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는 개인 목표를 전했다. 개인 한 시즌 최다승(종전 13승) 경신에 대해서도 "지난해 야수 선배님들이 워낙 큰 도움을 주셨다. 지난해만큼 잘 쳐주신다면 13승 이상 가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