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 '자율 야구'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이강철(55) KT 감독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강철 감독은 소통을 매우 중시하는 지도자다. 2018년 10월 부임 후 선수들이 스스럼없이 자신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유도했다. 주요 현안이 있으면 고참급 선수들과 온·오프라인을 통해 교감한다. 외국인 선수들과도 직접 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이강철 감독이 2021시즌 스프링캠프에서는 말을 아꼈다. 이미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과 방향성을 갖고 시즌을 보내야 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은 "캠프 때 야수들이 하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로하스가 빠졌으니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고 하더라. 서로 농담하며 좋은 분위기로 대화하는데, 내가 굳이 어떤 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며 흐뭇해했다.
멜 로하스 주니어는 2020 정규시즌에서 타율 0.349 47홈런 135타점을 기록,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외국인 타자다. 지난 시즌 종료 뒤 KT를 떠나 일본 프로야구 한신으로 이적했다. 스프링캠프 초반 이강철 감독은 "불펜 투수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로하스의 공백을 막겠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이 주축 타자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 것. 그러나 그는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았다. 주전 야수 중 막내인 강백호까지 팀 상황을 헤아리고, 장타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강백호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타율 0.625(16타수 10안타) 2홈런 장타율 1.125를 기록했다.
이강철 감독은 2005년 선수 생활 은퇴 뒤 바로 메이저리그(MLB) 미네소타 구단으로 지도자 연수를 떠났다. MLB식 자율 야구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고, 이런 문화가 팀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강철 감독은 "자율 야구를 실현하려면 선수단에 이것저것 터치하지 않고 (알아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말은 쉬워도) 지도자 입장에선 실천하기 어렵다"며 "지난 2년 동안 개인에 권한을 많이 줬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자율이 더 무섭다는 것을 선수들도 느끼는 것 같다. 핑계를 댈 수 없으니 실수를 안 하려고 하더라"고 전했다. 지난해 KT가 좋은 성적(정규시즌 2위)까지 내자, 구단 내부에서도 자율 야구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지난 2월 KT 캠프에 특별 인스트럭터로 참가가 선동열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비활동기간에 몸을 정말 잘 만들어온 것 같다"며 감탄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개인' 엑스트라(추가 훈련)를 진행하는 선수가 많았다. 훈련 성과는 시범경기 성적(5승1무1패)이 대변한다.
자율 야구를 통해 성장한 송민섭, 문상철 등 내·외야 백업 선수들은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주전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자연스럽게 경쟁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강철 감독은 "현재 고참 선수들이 좋은 문화를 만들어줬고, 중간급 선수들이 이어줄 것이다. KT 스타일의 자율야구가 팀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