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투수 박세웅(26)이 '안경 에이스'라는 별명에 걸맞게 마운드에서 점점 위력적인 모습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 다녀오고, 환상의 짝꿍을 만나면서다.
박세웅은 지난주 두 차례 등판에서 모두 승리 투수가 됐다. 8월 23일 사직 KT전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을, 29일 사직 두산전에서 7이닝 4피안타 2실점을 했다. 8위 롯데는 지난주 5경기에서 2승 1무 2패를 기록했는데, 박세웅이 팀의 2승을 모두 책임졌다.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은 주간 다승 1위, 최다 이닝 1위, 탈삼진 2위(10개)를 차지한 박세웅을 8월 넷째 주 MVP(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박세웅은 롯데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승운이 따라주지 않아 6승(6패)에 그치지만, 팀 내 유일한 3점대 평균자책점(3.60) 투수다. 댄 스트레일리(4.39)와 앤더슨 프랑코(4.86) 보다 평균자책점이 훨씬 낮다.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의 퀄리티 스타트도 12회(공동 5위)로 팀 내에서 가장 많다. 최동원(1984년)과 염종석(1992년)의 모습을 기대하며 팬들이 붙여준 '안경 에이스'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세웅은 후반기 페이스가 아주 좋다. 개막 후 5월까지 2승 3패 평균자책점 4.96에 그친 박세웅은 6월 평균자책점 2.77로 반전했다. 후반기에는 평균자책점 0.86(1위)의 짠물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사직 두산전 5회 김인태에게 2점 홈런을 맞고 후반기 18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이 멈췄다. 8월 피안타율 0.114,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0.67로 최소 1위다. 그는 "가장 큰 국제대회인 올림픽을 다녀오고 여유가 생겼다. 마운드에서 쫓기지 점이 없어졌다. 덕분에 타자와 승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웅은 2017 APBC 대회 이후 약 4년 만에 대표팀에 뽑혀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다. 도쿄올림픽 본선 4경기에서 3⅔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1실점,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했다. 박세웅은 "목표로 한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올림픽을 통해 많이 배웠다"면서 "많은 타자를 상대한 건 아니지만, 외국 선수와 승부를 통해 내 공의 경쟁력을 느꼈다"라고 했다.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특히 미국전에 두 차례 등판해 각각 ⅔이닝, 1이닝을 퍼펙트 투구했다.
올림픽은 새로운 의지를 일깨워준 무대이기도 했다. 선발 투수로 뛰는 소속팀과 달리 대표팀에서는 4경기 모두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박세웅은 "보직은 감독님의 결정에 달려 있다"면서 "다음 국제대회에선 선발로 한 경기를 책임지는 주축 투수가 되고 싶다. 올림픽을 통해 새롭게 생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세웅은 최근 단짝 포수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그가 후반기 21이닝을 던지는 동안 모든 공을 받은 포수는 안중열이다. 상무 야구단을 전역하고 후반기 팀에 합류한 안중열은 지시완과 주전 경쟁에서 좀 더 기회를 얻고 있다. 박세웅은 "(안)중열이가 '커브가 일찍 떨어져 한 번 튀더라도 어떻게든 막을 수 있으니 자신 있게 던져라'고 한다. 그 말이 내게 와 닿았다"라고 말했다. 박세웅은 주무기 포크볼 구사율을 크게 낮추고, 올 시즌 커브 비중을 약 20%까지 올린 상태다.
경북고 출신 박세웅과 부산고 출신 안중열의 인연은 2014년 KT에서 시작됐다. 박세웅은 KT의 1차 지명, 안중열은 2차 특별지명으로 입단해 퓨처스리그부터 호흡을 맞췄다. KT가 1군에 처음 진입한 2015년 5월, KT와 롯데는 4대 5 대형트레이드를 했다. 박세웅과 안중열은 이성민, 조현우와 함께 롯데로 옮겼다. 박세웅은 "부산에 연고가 없던 나를 (안)중열이가 많이 챙겨줬다"면서 "내 생각을 읽고 잘 맞춰 리드한다. 반면 본인의 확신이 있을 때 강하게 얘기하면 내가 맞춰주는데, 결과가 좋다. 이를 통해 신뢰가 쌓인다"고 웃었다.
박세웅은 2017년 12승 6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당시 팀 내 평균자책점 1위였다.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8년 오른 팔꿈치 통증으로 1승 5패 평균자책점 9.92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남겼다. 그해 11월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았고, 2019년 6월 복귀해 3승 6패 평균자책점 4.20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3년 만에 규정 이닝을 채우며 8승 10패 평균자책점 4.70을 올렸다.
올 시즌 박세웅은 에이스로 돌아왔다. 그는 "올 시즌 초반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금세 페이스를 찾았다. 8월 29일 두산전에서도 초반 컨디션이 나빴는데 7이닝을 던졌다. 버티는 힘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면서 "목표에 점점 다다르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그가 밝힌 2021년 목표는 10승-3점대 평균자책점-160이닝 투구다. 박세웅은 "지금 모습을 유지하면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