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는 올해로 KBO리그 2년 차를 맞이한 외국인 투수다. 지난해 8승 5패 평균자책점 3.46 157탈삼진으로 불안했던 SSG 선발 마운드의 중심을 지켰다. 한 시즌 동안 피안타가 114개, 피안타율은 0.211(이상 규정이닝 투수 최저 1위)에 불과했다. 다만 규정 이닝(144이닝)을 겨우 넘긴 145와 3분의 2이닝만 던진 게 아쉬웠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소화 3자책점 이하 기록)는 13회로 공동 15위에 그쳤다. 완투는 없었고 8이닝 투구만 두 번을 기록했다.
2022년 개막전은 완벽했다. 폰트는 지난 2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104구를 던지며 9이닝 무실점 9탈삼진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27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단 한 명도 1루로 내보내지 않았다. 최고 시속 153㎞를 기록했던 직구(79구) 구위가 완벽했고, 크게 휘는 슬라이더(11구)와 느린 커브(11구)도 NC 타선을 압도했다.
KBO리그 40년 역사상 첫 퍼펙트게임이 기록될 뻔했다. 1982년 리그 창설 후 KBO리그에는 단 한 번의 퍼펙트게임도 기록된 적이 없다. 피안타 없이 출루만 허용하고 승리한 노히터 게임만 14회 기록됐을 뿐이다. 최동원, 선동열, 류현진 등 내로라하는 대투수들도 퍼펙트게임만큼은 이뤄내지 못했다.
그러나 폰트의 최종 기록은 비공인 '9이닝 퍼펙트' 투구에 그쳤다. 경기가 연장으로 갔고 폰트는 경기를 스스로 마무리하지 않았다. 폰트가 던지는 9이닝 동안 SSG 타선이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한 탓이다. 10회 초 SSG 타선이 4점을 뽑아내며 승리 요건은 만들었지만, SSG는 마무리 김택형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팀 퍼펙트 기록도 김택형이 손아섭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깨졌다. 경기는 SSG의 4-0 팀 노히트 승리로 마무리됐다.
SSG와 폰트는 10이닝 퍼펙트게임 대신 남은 143경기를 선택했다. 폰트는 이날 등판을 마친 후 "투구 수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 한 경기에서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욕심내지 않았다. 마음은 하고 싶었지만, 몸이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즌이 이제 시작됐는데 부상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폰트는 이어 "팀이 이겼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한다. (점수가 나지 않은 건) 전혀 아쉽지 않다. 야수들이 좋은 수비를 보여줘 고맙다. 오늘 포수 이재원이 리드를 잘해줘서 '노' 사인을 한 번도 낸 적이 없다"고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김원형 SSG 감독도 "오늘 폰트와 이재원의 호흡이 매우 좋았다. 무엇보다 폰트가 눈부신 피칭을 하며 팀승리에 기여했다"고 칭찬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돌아온 김광현은 첫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고, 문승원과 박종훈은 6월에나 합류한다. 모두가 돌아올 때까지 노경은, 오원석, 이태양 등이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MLB 90승 베테랑 이반 노바도 아직 뚜껑을 열어보지 않았다. 불안 요소를 이겨내기 위해 폰트의 힘이 필요했다. 폰트의 '퍼펙트'한 호투 덕분에 SSG는 자신있게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