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유망주' 오른손 투수 문성현(31·키움 히어로즈)이 영웅 군단의 뒷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문성현의 올 시즌 성적은 12일 기준으로 8홀드 12세이브 평균자책점 1.57이다. 전반기를 마치기도 전에 데뷔 첫 시즌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했다. 피안타율(0.179)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0.93) 모두 수준급. 흠잡을 곳 없는 성적으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이제 좋은 날도 있어야 하지 않나. 내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며 웃었다.
문성현은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31순위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첫 시즌부터 1군에서 뛰었고 2011년엔 선발 5승을 따냈다. 2014년에는 개인 한 시즌 최다인 9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성적이 곤두박질쳤고 그해 말 상무야구단에 입대했다. 전역 후에는 잔 부상이 겹치면서 전력 외로 분류됐다. 지난 시즌엔 1군 등판이 4경기에 그쳤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 1군 명단에도 문성현의 이름은 없었다. 그는 동생뻘 되는 후배들과 2군 캠프에서 따로 몸을 만들었다. 문성현은 "절치부심했다. 나이가 어린 편이 아닌데 최근 4년 동안 보여준 게 없었다. 진짜 간절하게 했다"며 "(퇴출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다. 그래서 더 절실했던 거 같다"고 돌아봤다.
문성현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깜짝' 승선했다. 이후 단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고 1군 주축 멤버로 뛰고 있다. 추격조로 시작한 보직은 중간 계투를 거쳐 마무리 투수까지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그는 "워낙 팀의 수비가 좋아서 동료들을 믿고 던지고 있다. 팀에서 원하는 어떤 보직이든 거기에 맞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투구 폼을 수정하면서 성적이 향상했다. 문성현은 "군대를 다녀오고 어깨가 좋지 않았다. 그러면서 투구 폼이 변형됐고 지난해까지 밸런스가 불안했다. 어느 시점이 되니까 조금씩 내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며 "부상으로 인해 투구 폼이 커졌었는데 그걸 작게 만들고 심플하게 바꾸면서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를 먹은 만큼) 어릴 적 구위나 구속은 솔직히 따라갈 순 없다.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공을 던지는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4년 후배 오른손 투수 하영민도 문성현 못지않은 '사연'이 있다. 두 선수 모두 팀의 유망주였지만 긴 시간 부진의 터널을 통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어려움을 겪은 선수들이라 누구보다 야구에 대한 소중함과 간절함이 남다를 거다. 이번 시즌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울 점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성현은 지난 1월 결혼했다. 가정을 꾸리면서 책임감이 커졌다. 그는 "(이제는 잘할) 때가 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좀 늦었을 수 있지만, 지금이라도 잘하는 게 중요하다"며 "어머니께서 매번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아내와 가족의 기운을 받아서 잘 풀리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어 "풀타임으로 뛴 게 2015년이 마지막이다. 벌써 7년이 지났다. 아프지 않고 끝까지 시즌을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