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15연승을 거두며 막강 전력을 과시하던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이 위기에 빠졌다. 정규리그 우승 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현대건설은 지난 14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와의 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1-3(25-21, 21-25, 20-25, 20-25)으로 완패했다. 팀 범실 28개를 기록하는 졸전을 보여줬다. 이날까지 1위를 지키고 있던 팀답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현대건설은 우승을 두고 경쟁 중인 흥국생명과의 7일 맞대결에서 0-3으로 패했다. 10일 열린 리그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전에서도 풀세트 끝에 지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14일 도로공사전까지 올 시즌 처음으로 3연패를 당했다. 지난달 20일 GS칼텍스전부터 치른 최근 6경기에서 5패(1승)를 기록하며 휘청이고 있다. 결국 15일 페퍼저축전에서 승리한 흥국생명에 1위를 내줬다.
현대건설은 3라운드까지 16승 2패, 승점 45를 기록하며 그 1위를 지켰다. 흥국생명과의 1·2라운드 맞대결에서도 모두 승리했다. 하지만 팀 내 득점 1위였던 야스민 베다르트가 지난해 12월 18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허리 부상을 당하며 이탈한 뒤 위기를 맞이했다.
야스민이 이탈한 직후엔 베테랑 아포짓 스파이커 황연주가 분전하며 잘 버텼다. 리그 최강으로 평가받는 미들 블로커진(양효진·이다현)의 위력도 여전했다. 하지만 또 부상자가 나왔다. 주전 리베로 김연견이 7일 페퍼저축은행전 수비 중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팀 주장이자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황민경도 허리 통증으로 최근 두 경기 결장했다. 다른 공격수 고예림도 무릎이 좋지 않다.
현대건설은 리그에서 가장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줬다. 서브 리시브가 좋다 보니 중앙과 측면 공격까지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기존 주전 선수들의 자리를 메우고 있는 정시영(아웃사이드 히터) 김주하(리베로)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14일 도로공사전에서 패한 뒤 "(주전이 아닌) 다른 선수들이 뛰면서 기존 팀 컬러나 조직력이 흔들리고 무너진 것 같다"라고 총평했다.
야스민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이보네 몬타뇨의 기량도 기대 이하다. 그는 도로공사전에서 팀 내 최다 득점(20점)을 기록했지만, 공격 성공률은 33.96%에 그쳤다. 블로킹만 6개 당했다.
몬타뇨는 스위스 리그에서 최근 2시즌 연속 득점 1위를 차지한 이력으로 기대를 모은 선수다. 하지만 아직 V리그에 적응하지 못했다. 세터와의 호흡은 엉망이었고, 개인 능력도 돋보이지 않았다. 부정확한 토스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장면은 한 번도 없었고, 수비 기본기도 부실해 보였다. 강성형 감독은 "잘할 때와 못 할 때 차이가 큰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정규리그는 8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1위를 노리는 흥국생명뿐 아니라 역대급 3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세 팀(도로공사·KGC인삼공사·GS칼텍스)도 총력전으로 남은 경기를 치를 것이다. 현대건설은 시즌 초반 위력을 잃었다. 우승 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