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오타니 쇼헤이를 위한 무대로 평가받았다. 그는 B조 1라운드와 아시아 라운드 8강전이 열리는 개최국 일본의 슈퍼스타. 메이저리그(MLB) 대표 아이콘이기도 하다.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관심이 모였다.
잘했다. 9일 중국전에서는 선발 투수·1번 타자로 나서 4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1-0 근소한 리드가 이어지던 4회 좌중간 장타로 2타점을 올렸다.
한국전도 이름값을 해냈다. 1회 말 첫 타석에서는 한국 선발 김광현에게 삼진을 당했지만, 일본이 추격 기세를 높였던 3회 말 2-3 상황에서 바뀐 투수 원태인을 상대로 고의4구로 출루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결국 한국은 이 상황에서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역전 적시타를 내줬다.
방망이도 뜨거웠다. 5회 말 곤도 겐스케가 선두 타자 홈런을 치며 일본이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후속 타자로 나서 한국 투수 곽빈을 상대로 우익 선상 2루타를 치며 추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후속 타자들의 진루타와 희생플라이로 홈까지 밟았다.
한일전 승부가 난 6회 일본의 공격에서도 적시타를 쳤다. 한국 구원 투수들이 무너지며 7-4, 3점 앞선 상황에서 한국 투수 김원중으로부터 우전 적시타를 쳤다. 강속구 투수 김원중의 초구 체인지업을 공략했다. 수 싸움도 능했다.
한국은 4-13으로 완패했다. 하지만 KBO리그 아이콘 이정후만큼은 자존심을 지켰다. 그는 이날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거, 2024시즌 승부할 수도 있는 다르빗슈 유를 압도했다. 1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가진 첫 승부에선 날카로운 타격을 보여줬다. 다르빗슈가 초구에 주 무기 슬라이더를 구사했지만,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공략했다.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는 우측 외야 파울 라인을 살짝 벗어나는 정타를 때려냈다. 타이밍을 완벽했다.
이 승부에서는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한국이 기세를 높이던 3회 두 번째 타석에선 기어코 안타를 쳤다. 양의지의 투런포로 2-0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김하성이 상대 포구 실책으로 출루한 상황에서 타석에 나섰고, 다르빗슈로부터 적시 우전 안타를 쳤다.
이정후는 한국이 3-4로 지고 있던 4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일본 두 번째 투수 이마나가 쇼타의 5구째를 공략, 좌전 안타를 쳤다. 선상으로 향한 타구. 1루 주자의 발이 빨랐다면 홈까지 들어올 수도 있었다. 한국은 박병호가 뜬공으로 물러나며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분명한 건 이정후는 세 타석 모두 정타를 만들어냈고, 좋은 결과까지 냈다.
이정후는 승부가 기운 8회 초 네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미 그의 기량은 일본전에서도 빛났다. 대회 개막 전 MLB닷컴 등 미국 스포츠 매체들은 이정후를 주목했다. 마이크 트라웃·무키 베츠 등 메이저리그(MLB) 최우수선수(MVP) 수상 이력이 있는 외야수들과 같은 선상에 두기도 했다.
호주전에 이어 역대급 참사로 한일전을 마친 한국. 한 가지 희망은 있었다. 2024년 이정후가 좋은 대우를 받고 빅리그를 누빌 것이라는 확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