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중(44)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이 선수 시절 월드컵에 대한 쓰린 기억을 지도자로서 지워가고 있다.
그가 이끄는 U-20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멘도사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감비아와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조별리그 무패(1승 2무), F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6월 2일 열리는 16강전의 상대는 에콰도르다.
김은중 감독은 선수 시절 월드컵에 관한 좋은 기억이 없다. 그가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은 건 1999년 FIFA 세계 청소년선수권대회였다. 이 대회는 현재 열리고 있는 FIFA U-20 월드컵의 전신이다.
김은중 감독은 청소년대표 시절 아시아에서 먼저 빛났다. 199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세계 청소년선수권에서 8경기 8골을 터뜨렸다. 결승전 일본을 상대로 선제 골을 터뜨려 우승 주역으로 꼽혔다. 이 활약으로 자연스럽게 당시 조영증(현 강원FC 전력강화실장) 감독이 이끈 U-20 대표팀에 합류했고, 1999년 세계 무대에 도전했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당시 포르투갈·우루과이·말리와 함께 D조에 속한 한국은 1승 2패를 기록했다. 포르투갈, 우루과이에 져 D조 최하위로 짐을 쌌다. 김은중 감독은 3경기 모두 출전했으나 무득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후 김은중 감독은 커리어 동안 열린 3번의 월드컵(2002·2006·2010)에서 모두 외면받았다. K리그 통산 444경기 123골을 터뜨린 베테랑이지만, A대표팀에서는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통산 A매치 기록은 15경기 5골이다.
지난 2014년 선수 유니폼을 벗은 김은중 감독은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프로 데뷔팀인 대전 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에서 플레잉 코치를 시작으로, 벨기에 AFC튀비즈에서 3년간 코치로 활약했다. 이후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코치로 커리어를 쌓았다. U-23 대표팀 시절에는 김학범 감독을 보좌하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AFC U-23 챔피언십 우승을 함께했다.
그리고 2021년 12월, 김은중 감독은 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지도자 커리어 처음으로 정식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김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성적과 선수의 성장, 두 가지 모두 이뤄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U-20 대표팀 감독으로 맞이한 본격적인 첫 번째 무대는 지난 3월 열린 AFC U-20 아시안컵. 김은중호는 대회 준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만나 접전을 벌이다 승부차기 끝에 고개를 숙였다. 준결승에 오르면서 목표로 한 FIFA U-20 월드컵 진출권은 확보했으나, 기대보다 저조한 경기력으로 질타받았다.
이 탓에 U-20 월드컵에 대한 전망이 밝진 않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U-20 월드컵 무대가 시작되자, 김은중호는 주위 우려를 말씀히 씻어낸 채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강호 프랑스를 2-1로 꺾었고, 이후 온두라스와 2-2, 감비아와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U-20 대표팀이 조별리그 무패를 기록한 건 이번이 두 번째로, 1993년 3무를 기록했으나 토너먼트 진출에는 실패했다. 연령대 대표팀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월드컵 무대에서 조별리그 무패를 기록한 건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팀, 2015년 U-17 대표팀에 이어 세 번째다.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김은중호는 가장 큰 무대에서 새 역사를 쓰고 있고, 김 감독은 선수 시절 월드컵과의 악연을 씻어내고 있다.
4년 전 이 대회에서 한국은 이강인(마요르카)을 앞세워 준우승 쾌거를 이뤘다. 출국 전 김은중 감독은 "(4년 전 성과가) 부담된다기보다는 설렌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에콰도르와 16강전을 앞둔 김은중 감독은 "토너먼트에 올라온 팀들은 저마다 색깔이 있는 강팀이다.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며 "이제 단판 승부이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