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영은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1-1 동점인 6회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 요건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5이닝 투구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최소 실점까지 이루며 미래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높였다. 직구는 최고 152㎞/h, 평균 149㎞/h를 기록했다.
2021년 키움에 입단한 장재영은 KBO리그 역사상 손에 꼽히는 광속구 유망주였다. 입단 당시 계약금만 역대 2위 기록인 9억원이었다. 그러나 매년 심각한 제구 난조가 그를 괴롭혔다. 매년 기대는 받았으나 단 한 시즌은 물론 한 경기조차 선발 투수로 제 몫을 한 적이 없었다. 올 시즌 첫 경기에서 기록한 4이닝이 선발 투수로 기록한 최대 이닝 경기였다.
올해도 출발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4월 2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12.79만 기록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긴 재조정 끝에 올라온 6월. 확실히 달라졌다. 6월 3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이 1.93에 불과했다. 3경기 등판해 9와 3분의 1이닝만 기록했긴 했으나 실점은 적었다.
홍원기 감독은 장재영에게 무리를 시키지 않고 단계적으로 키우고자 했다. 23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홍 감독은 "매번 말씀드리지만, 기대하는 건 없다"며 "보다시피 최근 3경기 계속 좋아지고 있고, 내용도 괜찮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장재영은 당장 몇 승을 거두는 게 필요한 선수가 아니다. 계속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과정만 보여주면 된다. 올해는 그 목표를 가지고 계속 등판하는 게 우리 팀 미래, 장재영 개인의 미래를 위해 좋은 방향일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홍 감독의 기대대로 장재영은 한 단계 더 올라간 투구를 보여줬다. 1회 김재환에게 2사 후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후속 타자 양의지와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리그에서 가장 삼진을 잡아내기 힘든 상대였다. 기세를 탄 2회는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구위를 믿고 스트라이크존을 공략, 스트라이크존의 좌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공들로 세 타자를 모두 뜬공처리했다.
3회가 위기였는데 행운이 따랐다. 선두 타자 김재호에게 2루타를 맞은 장재영은 폭투로 진루를 허용했다. 그런데 김재호가 3루를 돌아 홈까지 노렸고, 서둘러 공을 주운 장재영이 빠르게 홈 송구하면서 실점을 막고 오히려 아웃 카운트를 벌었다. 후속 타자 김대한에게 안타를 맞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4회까지 행운이 찾아오진 않았다. 1사 후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준 장재영은 후속 타자 강승호에게 안타를 맞으며 실점 위기에 놓였다. 후속 타자는 최근 타점 가뭄에 빠졌던 양석환. 장재영은 3구 연속 슬라이더로 그를 공략했지만, 양석환의 노련함이 위였다. 결국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이날 첫 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4일 SSG 랜더스전 이후 처음 나온 실점이기도 했다.
그러나 확실히 장재영이 달라졌다. 실점에도 무너지지 않고 4회를 마무리한 장재영은 5회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앞서 안타를 허용했던 김재호와 김대한을 모두 잡아낸 후 마지막 타자 정수빈까지 투수 땅볼로 직접 처리하며 기어이 5이닝 소화에 성공했다. 지난 4월 6일 4이닝 3실점이 최다 이닝 투구였던 그에게 5이닝 1실점은 승리는 없더라도 괄목상대할 성과였다.
선취점을 내준 탓에 패전 위기에 놓이는 듯 했으나 타선이 한 점을 지원하며 패전 요건은 지워냈다. 키움은 5회 말 두산 곽빈의 폭투를 틈타 3루 주자 임지열이 득점,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투구 수 81구. 장재영의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승리는 없었지만, 키움 벤치와 팬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호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