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외국인 선수 제도의 과감한 운영을 제안한다. 신규 외국인 선수의 계약 상한액을 제한한 현행 규정이 시대의 흐름에 적합한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KBO리그는 2018년 9월 이사회(사장단 모임)에서 신규 외국인 선수의 계약 총액을 100만 달러(13억원)로 제한했다. 연봉은 물론이고 인센티브, 이적료, 계약금 등을 합해 100만 달러를 넘을 수 없다. 외국인 선수의 고비용 계약 구조를 개선하고 구단 간 공정한 경쟁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인위적인 억제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수년째 '100만 달러 제한 규정'이 유지되면서 이로 인한 폐단도 작지 않다.
환경이 바뀌었다. 2018년 54만5000달러(7억500만원)였던 미국 메이저리그(MLB) 최저 연봉이 올 시즌 72만 달러(9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현행 제한 규정으로는 현역 빅리거를 영입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다. 최소 30~40만 달러(3억8000만원~5억1000만원)에 이르는 이적료를 빼면 MLB 최저 연봉보다 낮은 조건을 건넬 수밖에 없다. 영입 가능 대상자가 확 줄어든다.
일본 프로야구(NPB)와 경쟁하는 것도 버겁다. 코로나 시대 움츠렸던 NPB 구단들이 과감하게 지갑을 열어 선수를 낚아채 간다. NPB는 외국인 선수 영입 제한이 없는 만큼 '쩐의 전쟁'에서 국내 구단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아시아 리그로 눈을 돌린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가 한국이 아닌 일본을 우선순위로 둔다. KBO리그는 NPB에서 재계약에 실패하거나 NPB의 흥미를 끌지 못한 선수들이 주로 영입 물망에 오른다. 그만큼 주요 선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올 시즌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 3명의 계약 총액마저 최대 400만 달러(연52억원·연봉, 계약금, 옵션, 이적료 등 포함)로 묶었다. 재계약에 따라 총액이 일정 부분 상향되지만 100만 달러 제한 규정과 맞물려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장에선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선수 3명의 총액을 제한한다면 차라리 100만 달러 규정을 폐지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게 했으면 한다.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니다"고 말했다. B 구단 관계자는 "국내 자유계약선수(FA)에 수십억원씩 쓰는 걸 보면 전력의 비중이 더 큰 외국인 선수에게 너무 인색한 거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지난 3월 NPB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구단과 계약한 트레버 바우어(32)의 추정 연봉은 300만 달러(39억원)에 이른다. 바우어는 2020년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수상자로 MLB 통산 83승을 기록했다. 개인 문제로 빅리그 경력이 단절돼 아시아 야구로 눈을 돌렸고 40억원 가까운 투자로 요코하마가 그에게 유니폼을 입혔다. KBO리그에선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이번 겨울에도 굵직굵직한 선수들이 NPB로 향한다. 리그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