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난 반려견 겨울이 생각이 많이 났어요. 눈앞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넌 건 겨울이가 처음이었거든요. 그렇게 힘들 줄은 정말 몰랐어요.”
반려견과 사람이 어우러져 관계를 맺는 영화 ‘도그데이즈’에 출연한 배우 유해진은 최근 영화 개봉을 맞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유해진이 ‘도그데이즈’에서 맡은 민상이란 인물은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산 건물에 허구한 날 똥을 싸는 동네 강아지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는 인물. 유해진은 “‘도그데이즈’가 진짜 순한 영화 아니냐. 민상이 같은 인물도 한 명쯤 있었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민상이도 개가 짜증나기는 하지만 끔찍하게 싫은 건 아니었을 거예요. 일반적으로 개가 무섭거나 알러지 때문에 개를 피하는 경우는 있어도 개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도그데이즈’가 그래도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건 그런 이유예요.”
유해진 역시 반려인이다. 특히 자신의 눈앞에서 세상을 떠난 겨울이가 아직 마음에 남아 있다. 유튜브에서 강아지가 안락사 당하는 것만 봐도 마음이 너무 아파 넘기곤 한다는 그는 “우리 영화에서도 눈물이 고이게 만드는 장면들이 여럿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유해진은 “내가 겨울이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스스로 ‘혹시 영화 홍보에 겨울이를 이용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정말 아니다. 그냥 생각이 나서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겨울이를 홍보에 이용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도그데이즈’를 보며 자신의 강아지를 떠올리지 않는 건 어렵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자식 대신 강아지와 함께 하고 있는 건축가, 동물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수의사, 강아지와 가족을 이룬 부부, 전 여자 친구의 강아지를 맡게 된 남자 등 ‘도그데이즈’에는 여러 사연을 가진 반려인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강아지와 함께하는 여러 순간들을 스크린에서 구현하기 때문이다.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일들이 기시감을 만들어낸다.
유해진은 “펫로스를 직접 겪기 전에는 그렇게까지 힘든 건 줄 몰랐다”며 “직접 겪으니 정말 힘들었다. 3년 정도가 지나서야 다른 강아지가 눈에 들어오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겨울이가 생전 얼마나 오리를 좋아했는지, 또 ‘도그데이즈’ 속에서 자신과 많이 붙었던 강아지 ‘차장님’이 예전에 기르던 치와와와 얼마나 많이 닮았는지, 그때 그 치와와의 배에선 어떤 냄새가 났는지를 한참 웃으며 설명했다.
질문을 하나 던지면 반려견과 관련한 이야기가 한바구니씩 나왔던 유해진의 인터뷰. 이날 인터뷰 현장은 ‘도그데이즈’가 어떤 영화인지를 분명하게 느끼게 해줬다. 웃고 울면서 영화를 보고 나오면 가슴 어딘가가 묵직해지는. 순도 100%의 따뜻함을 안긴다.
“흥행이 안 되면 개인적인 심경 그런 것보다도 같이 했던 스태프들 생각이 나니까요. 저도 그렇지만 스태프들이 얼마나 힘 빠질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도그데이즈’가 대단한 흥행을 하길 바라는 것보다도 손익분기점은 넘기기를 바라고 있어요. 인물들끼리 관계도 잘 엮여 있고, 강요없이 스며드는 감정선이 매력적인 영화니까 극장에 와서 꼭 봐주세요. 저는 기대 이상으로 따뜻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