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은 지난 20일 샌디에이고의 개막 2연전 '서울 시리즈' 26인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곧바로 그의 이름은 샌디에이고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엘 파소 치와와스) 로스터에 등재됐다. 마이너리그 최고 레벨인 트리플A는 메이저리그(MLB) 콜업을 대기하는 선수들이 주로 머문다. 그런데 지난 21일(한국시간) 지역 유력 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은 '고우석이 더블A(샌안토니오 미션스)로 보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더블A는 트리플A보다 한 단계 아래 등급이다.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의 능력을 낮게 평가하는 걸까.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은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이 퍼시픽코스트리그(PCL)의 타자 친화적인 환경을 다루지 않아도 되길 원한다'고 부연했다. 트리플A는 PCL과 인터내셔널리그(IL)로 나뉘는데 두 리그의 성향이 다르다. PCL은 타자 강세가 뚜렷하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PCL은 '투수들의 무덤'이다. 스카우트들도 PCL에서 홈런 25개를 쳤다고 해서 크게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우석을 더블A로 보낸다면 좀 더 편안한 상황에서 구위를 끌어올리라는 일종의 '배려'로 볼 수 있다.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고우석은 지난 1월 샌디에이고와 계약했다. 기대 속에 MLB 진출 꿈을 이뤘으나 거듭된 부진 탓에 입지가 좁아졌다. 시범경기 5경기 평균자책점이 무려 12.46. '서울 시리즈' 직전에 열린 LG 트윈스와의 스페셜 매치에서도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2실점했다. 시즌 준비를 다시 해야 하는 고우석으로선 트리플A보다 더블A가 좀 더 편안한 환경일 수 있다. 다만 더블A에서도 부진하다면 팀의 신뢰가 크게 추락할 수 있다. 송재우 위원도 "더블A에서도 못하면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샌디에이고의 '서울 시리즈' 불펜 평균자책점은 6.94였다. 필승조 톰 코스그로브(1이닝 3피안타 1실점) 마이클 킹(3과 3분의 1이닝 3실점)이 흔들렸다. MLB 데뷔전을 치른 스티븐 콜렉도 3분의 2이닝 2실점했다. 불펜이 약점으로 거론되는 만큼 향후 고우석에게 기회가 닿을 수 있다. 송재우 위원은 "샌디에이고는 겨울 이적 시장에서 불펜을 가장 많이 보강했는데 시즌 초반 흔들리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 첫 번째 대안이 될 수 있게 준비를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고우석의 정확한 거취는 이달 말 확정될 전망이다. 트리플A는 오는 30일, 더블A는 다음 달 6일 시즌 일정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