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합작골에 이은 감동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직접 골을 터뜨린 것이다. 골을 터뜨린 직후 손흥민과 이강인은 환하게 웃으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축구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던 둘의 갈등도 이제는 완전히 지난 일이 됐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26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 태국전에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한국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9분 합작골을 터뜨렸다. 이강인의 어시스트, 손흥민의 골이었다.
상대 진영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이 날카로운 패스로 기회를 만들었다. 상대 수비수의 압박을 벗겨내고 왼쪽 측면을 파고들던 손흥민에게 정확한 패스를 전달했다.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공을 받은 손흥민은 순간적인 돌파로 상대 수비를 따돌린 뒤 왼발 슈팅까지 연결했다. 손흥민의 슈팅은 골키퍼 다리 사이에 맞고 굴절돼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두 에이스가 만든 ‘합작골’이었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합작골이 터진 건 지난해 11월 중국과의 월드컵 2차 예선 C조 2차전 이후 120여일 만이었다. 당시엔 이강인의 코너킥을 손흥민이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당시엔 손흥민이 어시스트해 준 이강인에게 달려가 안겼다면, 이번엔 반대로 세리머니를 펼쳤다. 손흥민이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벌린 채 달려오는 이강인을 맞이했고, 이강인은 그런 손흥민에게 펄쩍 뛰어 안기며 포옹했다.
당사자들은 물론 축구 팬들 입장에서도 더없이 흐뭇한 장면이기도 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지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전날 벌어진 이른바 탁구 논란 탓에 갈등의 골이 깊었다. 저녁 식사 자리에 탁구를 치려던 이강인과 식사 자리를 단합의 장으로 본 손흥민 간 갈등이 결국 충돌로까지 이어졌다. 이른바 하극상 논란은 둘의 갈등뿐만 아니라 손흥민가 이강인의 팬들 간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다행히 대회를 마친 뒤 이강인이 손흥민이 있던 영국까지 찾아가 사과하고, 이번 황선홍호 소집 직후에도 모든 선수가 모인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면서 매듭을 지었다. 이강인은 미디어를 통해 팬들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팬들은 내심 손흥민과 이강인이 합작골까지 만들며 함께 웃는 상징적인 모습을 기대했다. 그리고 이날 손흥민과 이강인이 직접 감동적인 세리머니를 더해 답했다.
비단 합작골뿐만 아니었다. 손흥민은 이날 쉴 새 없이 상대 진영을 누비며 태국 골문을 노렸다. 이강인은 앞서 이재성(마인츠05)의 골 장면에서도 중요한 기점 역할이 된 패스로 이날 한국의 3골 중 2골에 관여했다. 한국축구엔 없어서는 안 될 변함없는 에이스 입지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갈등의 관계가 아닌 다시 ‘원팀’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경기 후 손흥민도 방송 인터뷰를 통해 환하게 웃었다. 그는 “지난 태국전에선 경기력이 좋았는데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부정적인 시선들이 불안하게 만든 게 사실이지만, 선수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인해 좋은 경기와 좋은 결과까지 얻어내서 기분이 좋다. 오늘 분명히 보셨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한 팀이 돼서 멋진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응원해 주신 팬분들 덕분에 무실점 경기로 승리했다”고 했다.
이강인과의 뜨거운 포옹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미소부터 지었다. 손흥민은 “많은 분들이 걱정하셨다. (이)강인 선수가 승부욕도 강하고, 서로 원하고 요구하는 게 있다면 다툼도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강인 선수는 많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훌륭한 선수,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거라 100% 확신한다”며 “오랜만에 강인이를 끌어안아봤다. 너무 귀엽고, 앞으로도 잘했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