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은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을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 만든 구종이다. KBO리그 신인이었던 2006년, 선배였던 구대성(은퇴)으로부터 배운 뒤 완벽하게 자신의 무기로 만들었다. 메이저리그(MLB) 진출한 첫 시즌(2013)도 체인지업을 앞세워 14승을 거뒀다. 당시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0.168이었다.
류현진은 KBO리그에 복귀한 뒤 무뎌진 체인지업 탓에 고전했다.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지난달 29일 KT 위즈전에선 1회 말에만 안타 2개를 맞는 등 구종 피안타율 0.333을 기록했다. 프로 데뷔 한 경기 최다 실점(9점)을 내주며 무너진 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5회만 결정구로 구사한 체인지업 3개가 피안타로 이어졌다.
KBO리그 복귀 뒤 치른 첫 3경기에서 류현진이 남긴 피안타율은 무려 0.359였다. 어느덧 서른일곱 살. 포심 패스트볼(직구) 평균 구속이 141~3㎞/h에 불과한 상황에서 체인지업까지 말을 듣지 않다 보니,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류현진이 지난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몬스터' 본능을 되찾았다. 6이닝 동안 피안타 1개만 허용하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화의 3-0 승리를 이끌며 4번째 도전만에 복귀 첫 승을 거뒀다. 더불어 KBO리그 개인 통산 99승(54패)째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경기 뒤 "첫 승이 너무 늦어져서 죄송했다. (5일 키움전에서 부진한) 나 때문에 이후 팀이 5연패에 빠졌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정경배 수석코치님에게 '나로 시작된 연패를 꼭 끊겠다'라고 말했는데, 다행히 팀이 이겼다"라며 웃었다.
류현진의 반등 원동력은 체인지업이다. 그는 "한국에 온 체인지업이 말썽이었는데, 이전보다 팔 스 로잉을 조금 빠르게 하고, 직구와 비슷한 각도로 던질 수 있도록 자세를 교정해 (문제점을) 잡은 것 같다. 구속도 조금 더 나오면서 범타와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이 두산전에서 기록한 탈삼진 8개 중 4개의 결정구가 체인지업이었다. 직구나 커브를 보여준 뒤 타이밍을 뺏으려는 의도로 이 공을 자주 구사했다. 체인지업 투구 수는 31개. 2회 말 2사 1루에서 상대한 박준영에게는 공 7개 모두 체인지업을 뿌렸다.
평균 구속도 125.2㎞/h였던 키움전보다 훨씬 빠른 131.8㎞/h였다. 최고 구속은 136㎞/h까지 찍혔다. MLB 커리어 기준으로 류현진의 체인지업 피안타율이 가장 낮았던 시즌(0.161)은 평균 구속 81.1마일(130.5㎞/h)을 기록한 2018시즌이었다.
류현진은 11일 두산전을 이틀 앞두고 불펜 투구를 소화했다. 선발 투수들은 등판 2~3일 전 어깨를 예열하고 구종을 점검한 게 일반적이지만, 류현진은 MLB에서도 불펜 피칭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충격적인 9실점 뒤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주 무기인 체인지업을 가다듬었다. 앞으로도 체인지업 활용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의 1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2024시즌 5번째 선발 등판에 나선다. 이 경기에서 KBO리그 역대 33번째 개인 통산 100승을 노린다. 주 무기 체인지업의 위력을 회복한 만큼 연승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