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3시쯤 발표된 SK와 키움의 플레이오프(PO) 엔트리. 가장 눈길을 끈 이름은 SK 외야수 채현우(24)이다.
채현우는 염경엽 SK 감독의 '히든카드'에 가깝다. 올해 데뷔한 신인으로 1군 타석 소화가 딱 한 번밖에 없는 '초짜'지만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PO 엔트리에 승선했다. 그는 "전혀 생각도 못 했다.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된다"고 했다.
감독이 바라는 건 딱 하나다. 바로 작전 수행이다. 채현우는 올해 퓨처스(2군)리그에서 '기형적인' 성적을 남겼다. 55경기에 출전해 41타석을 소화했는데 도루 38개(실패 9개)를 성공했다. 조수행(상무·40개)에 이어 전체 2위. 타율(0.243)과 출루율(0.250)에서 많은 보완점을 남겼지만, 베이스만 밟으면 180도 다른 선수가 됐다. 6월 15일 1군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던 원동력도 기동력이었다. 전문 대주자로 도루 3개(실패 1개)를 올렸다. 9월 3일에는 양의지(NC)를 상대로 3루를 훔치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겪었다. 채현우는 대구 상원고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간 곳이 송원대. 4학년 내내 주력이 압도적인 선수는 아니었다. 졸업반 때 도루가 7개. 그러나 SK 스카우트는 다른 쪽에 주목했다. SK는 신인 드래프트 하위 라운드의 경우 확실한 강점이 하나만 있어도 그 선수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채현우에겐 그게 '발'이었다.
8라운드 전체 76순위로 영입에 성공한 SK는 2군에서 채현우를 '전문 대주자'로 육성했다. 그는 "대학교 때 달리기가 빠르긴 했지만,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뛰어서 죽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그런데 프로에서는 코치님께서 '죽어도 뛰어봐야 안다'고 하시더라. 뛰어서 죽어보자는 생각으로 뛴다"며 "경험이 없을 때는 불안함이 크니 시도를 많이 못 했는데 이젠 시도를 하면서 사니까 자신감이 붙었다. 대학교 때 이렇게 하지 않았던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멍석이 제대로 깔렸다. 부족했던 1군 경험을 PO 무대에서 쌓게 됐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준비도 철저하게 했다. 채현우는 "확실하게 1군은 견제도 많이 들어오고 포수의 송구도 정확하다"며 "도루 스타트를 할 때 몸이 뜨는 버릇이 있어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수정했다. 프로에서 첫 시즌을 치르니까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코치님들이 자신 있게 하라고 하셨다"고 했다.
염경엽 감독은 PO 엔트리에 외야수를 무려 8명 포함했다. 키움보다 3명이 더 많다. 투수 운영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지만, 야수 활용 폭을 넓히겠다는 의미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작전 야구로 키움 배터리를 흔들어 보겠다는 메시지가 확실하다. 김재현과 역할(대주자)이나 포지션(외야수)이 겹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채현우를 엔트리에 넣는 승부수를 던진 배경이다.
그는 "긴장해서 하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서 하면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다른 선수들보다 많이 부족하지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에 한해서는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로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SK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주목했던 채현우의 발, SK 선수단에 '날개'가 되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