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NC 감독은 일찌감치 2020시즌 4선발 구상을 마쳤다. 외국인 투수 마이크 라이트와 드류 루친스키가 원 투 펀치고 구창모와 이재학의 그 뒤를 맡는다. 고민은 5선발 한 자리다. 지난 8일 이 감독은 캠프 귀국 인터뷰에서 "김영규, 최성영, 신민혁이 5선발 후보로 경쟁 중이다. 시범경기를 치르며 결정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돼 자체 청백전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3월 31일까지 총 다섯 번의 자체 청백전을 치렀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셋 중 선발 경험이 가장 풍부한 선수는 최성영이다. 지난해 스윙맨으로 괄목할만한 성적을 보여줬다. 26경기(선발 1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했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도 안정감을 자랑했다. 현지 연습경기에서 3경기 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약점으로 지적받은 컨트롤을 보완했다. 20타자를 상대로 허용한 사사구가 딱 1개. 그 결과 캠프 투수상까지 받았다. 그런데 자체 청백전을 치르면서 물음표가 찍혔다. 3월 30일 등판에서 3이닝 6피안타(1피홈런) 2실점했다. 5선발 경쟁자이자 상대팀 선발로 나서서 쾌투(3이닝 2피안타 무실점)한 김영규와 묘한 대조를 이뤘다.
신민혁은 꾸준함이 무기다. 지금까지 보여준 뚜렷한 기록은 없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에 지명돼 아직 1군에 데뷔하지 않았다. 무명에 가깝지만, 미국 캠프를 통해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당시 김수경 투수코치는 "선배들과 함께 던지면 위축되거나 힘이 들어갈 수 있는데 배우면서 자신의 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현지 연습경기 2경기에 등판해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표본이 적어 주목도는 떨어졌다. 하지만 자체 청백전에서 상승세를 제대로 탔다.
2경기 4이닝 무실점. 13타자를 상대로 허용한 피안타 1개, 삼진은 6개를 잡아냈다. 5선발 경쟁 투수 중 성적이 가장 안정적이다. 미국 연습경기를 포함하면 4경기, 7이닝 무실점 행진이다. 그는 "처음에는 '5선발 후보'라고 말씀해주시니 그냥 감사하면서도 막연하기만 했다. 그런데 막상 기회를 주시니 시간이 지나면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감도 생겼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한 시즌을 풀타임 선발로 뛸 수 있는 체력 보강이 필수다.
김영규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지난해 1군에 데뷔한 김영규는 시즌 초반 5선발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해냈다. 부침을 보여 잠시 불펜으로 보직이 강등됐지만,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9월 27일 잠실 LG전)에서 완봉승을 따냈다. 미국 캠프 연습경기에선 3경기 5이닝 1실점 했다. 마운드 위에서 겁 없이 공을 던진다.
2019년 경험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시즌을 준비했다. 이동욱 감독의 신뢰가 대단하다. 지난달 25일 열린 자체 평가전에서 2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흔들렸다. 이 감독은 경기 직후 "피안타가 많았는데 한 경기 못했다고 5선발 경쟁에서 빼지는 않을 것이다. 남은 경기를 보면서 판단할 계획이다"고 했다. 김영규는 기대에 부응하듯이 최성영과 선발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
NC의 5선발 경쟁은 어느 해보다 치열하다. 그만큼 선수층이 향상됐다. 선발에서 밀린다고 해서 낙담할 사안도 아니다. 최성영과 김영규는 어느 팀이건 필요한 왼손 롱릴리프가 가능한 자원이다. 신민혁은 불펜에서 경험을 먼저 쌓은 뒤 '임시 선발'로 쓰임새가 확장될 수 있다. NC의 마지막 선발 자리를 누가 따낼 수 있을까. 이동욱 감독의 행복한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