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수위 타자 경쟁이 KBO리그를 달구고 있다. 대표 타격 장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주까지 10구단은 모두 115경기 이상 치렀다. 페넌트레이스도 최대 29경기만 남았다. NC가 일시적인 난조를 딛고 1위 독주 체제를 갖춘 가운데, LG와 KT의 3위 경쟁 그리고 두산과 KIA의 5위 경쟁이 진행 중이다. 더불어 개인 타이틀도 역대급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타율 부문은 리그 최고 타자들이 경합 중이다.
28일 기준으로 타율 1위는 두산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2)다. 119경기 출전해 타율 0.355를 기록했다. 2위는 LG 간판타자 김현수(32·0.352), 3위는 롯데 손아섭(32·0.350)이다.
세 선수 모두 한 차례 이상 최다 안타 부문 1위에 오른 전력이 있다. 리그에서 배트 컨트롤이 가장 좋은 타자들이다. 1~5리 차 대결. 순위는 한 경기 결과만으로도 달라진다. 당장 지난 주말 3경기가 그랬다. 25일은 타율 0.352를 기록한 김현수가 1위였다. 페르란데스가 1리 차 추격했고, 손아섭이 0.350으로 뒤를 이었다.
26일은 손아섭이 1위를 탈환했다. 광주 KIA전에서 3안타를 쳤다. 27일은 키움전 더블헤더에 나선 페르난데스가 8타수 4안타를 치며 타율을 0.355까지 끌어올렸다.
세 선수 모두 8월 이후 3할 4푼이 넘는 타율을 기록했다. 9월 페이스는 김현수가 가장 앞선다. 20경기에서 0.384를 남겼다. 손아섭은 0.349, 페르난데스는 0.313이다. 페르난데스의 타격 사이클이 최근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 기량은 물론 개별 페이스도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조건을 살펴보자. 페르난데스와 손아섭은 주로 2번 타자로 나선다. 소화하는 타석이 4번 타자로 나서는 김현수보다 많이 돌아온다. '리' 단위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면 변수가 될 수 있는 요인이다.
김현수도 타순 이점이 있다. LG 상위 타선이 출루하면 그에게 더 좋은 타격을 기대할 수 있다. 올 시즌 득점권에서 가장 강한 타자이기 때문이다. 134타석 109타수 55안타를 기록했다. 타율 0.505다. 반면 두산은 좌타 라인인 오재일과 김재환이 9월 진입 뒤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주로 3, 4번에 나선다. 상대 배터리 입장에서는 페르난데스와 굳이 정면 승부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개인적으로도 동기 부여가 크다. 손아섭은 2019시즌 타율 0.295를 기록했다. 2010시즌부터 이어지던 연속 시즌 3할 타율이 깨졌다. 올 시즌 자존심 회복을 노렸다. 팀 성적은 기복이 있었지만, 그는 꾸준했다. 수위 타자는 리그 대표 교타자인 그가 한 번도 거머쥐지 못한 타이틀이다. 항상 "최고 타자가 된 시즌은 없었다"며 자신을 채찍질한 선수다. 올 시즌은 기회다.
김현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2018시즌 타율 0.362를 기록하며 타율 부분 1위에 올랐다. 그러나 개운하지 않았다. 시즌 막판(9월 4일 KT전) 수비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한 탓에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인정받을 기회다.
현재 타율 4위 키움 이정후(22·0.347)와 5위 NC 박민우(27·0.345)도 1위를 넘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박민우는 리그 1위 팀 공격 선봉장이다. 9월 24경기에서 타율 0.404를 기록했다. 이정후는 지난주 치른 7경기 중 5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앞 또는 뒤 타순에 나서는 김하성의 타격감도 뜨겁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정후가 수위 타자가 되면, 부친 이종범 전 LG 코치와 함께 역대 최초로 부자(父子) 타격왕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