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위대한 유산②] '매직'과 르브론, 다시 한 번 쇼타임을 만들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1.02.04 06:01

김희선 기자
 
미국프로농구(NBA)가 처음부터 최고의 리그였던 건 아니다. 1946년 NBA의 전신인 미국농구협회(BAA) 출범 후 70여 년 역사 속에서 NBA를 '꿈의 무대'로 만든 슈퍼스타들이 '위대한 유산'을 남긴 덕분이었다. 일본 스포츠 전문 잡지인 '넘버'는 NBA의 황금기로 꼽히는 1990년부터 2020년까지 리그를 지배한 슈퍼스타 8명과 이들이 리그에 남긴 유산을 네 가지로 나눠 소개했다. NBA의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위대한 유산, 두 번째는 LA 레이커스의 '쇼타임'을 이끈 두 명의 슈퍼스타 매직 존슨과 르브론 제임스가 보여준 '패스의 마법'이다.
 
1979년 데뷔한 존슨은 LA 레이커스에서만 13시즌을 뛴 레전드다. 마이클 조던의 시대가 오기 전, 1980년대 NBA의 황금기를 이끈 존슨은 206㎝의 큰 키에도 유연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선보인 역대 최고의 포인트 가드였다. 그의 본명은 어빙 존슨 주니어이지만, 15세 때 존슨의 플레이를 본 지역지의 기자가 감탄을 담아 그에게 '매직'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딱 맞는 별명이라고 생각한 존슨은 그 별명을 이름으로 사용했고, 미국대학농구(NCAA)를 거쳐 NBA에서도 이름 그대로의 활약을 펼치며 '쇼타임 레이커스'의 5회 우승을 이끌었다.
 
 
'쇼타임 레이커스'는 빠르고 화려한 공격 농구로 시대를 풍미한 1980년대 LA 레이커스의 별명이다. 전설적인 센터 카림 압둘 자바가 활약했던 팀에 존슨이 합류하면서 LA 레이커스는 1980년을 시작으로 80년대에만 다섯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쇼타임'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의 농구는 화려했다. 존슨은 그 중심에서 마술사처럼 패스를 뿌렸다.

 
코트를 떠나 구단 운영진으로 LA 레이커스에 돌아온 존슨은 2018년 6월 30일 밤 8시, 직접 차를 몰아 LA 교외에 있는 집 앞에 도착한 뒤 1시간을 기다렸다. 시계가 9시 1분을 가리켰을 때 존슨은 초인종을 눌렀다. 집주인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킹' 르브론 제임스였다. 둘은 그날 2시간 넘게 농구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제임스는 LA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었다. 레이커스의 '쇼타임'을 부활시킬 선수를 찾아 직접 나선 존슨의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
 
존슨과 제임스는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닮았다. 제임스의 포지션은 포워드다. 그러나 통산 어시스트(9512개) 기록을 봐도 알 수 있듯 그는 뛰어난 운동 능력과 파워, 폭발력을 모두 갖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다.
 
제임스는 역대 최고의 포인트 가드이자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 전천후 활약을 펼쳤던 존슨을 떠올리게 한다. 존슨 역시 "우리는 여러 가지로 닮은 부분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중서부 출신으로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경쟁하고 이기는 걸 무척 좋아한다는 점도 같고, 줄곧 높은 레벨에서 싸우며 실력을 발휘해왔다. 그러니까 그의 집에 들어간 순간부터 마음이 맞았다. 둘이 자유롭게 농구 이야기를 나눴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넘버는 "두 사람의 가치관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존슨이 태어나 자란 미시간주와 제임스가 태어나 자란 오하이오주는 5대호를 둘러싸고 서로 이웃한 곳이다. 노동자들이 많아 블루칼라들의 중심이 되는 도시다. 어릴 때부터 두 선수 모두 장신이었고, NBA에 입성할 무렵엔 206㎝의 빅맨이었다. 그런데도 득점 못지않게 패스가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또 "두 사람 모두 BQ(농구 지능)이 높고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있었다. 수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특별한 선수들"이라며 두 사람의 공통점을 소개했다.
 
'매직'이란 별명을 얻은 존슨의 장기는 노룩 패스였다. 넘버는 "오른쪽을 보면서 왼쪽에, 혹은 달리면서 뒤에 있는 동료에게 보내는 존슨의 트레이드 마크 노룩 패스는 그야말로 마술사가 보내는 선물 같았다. 특히 올 코트 속공 때 위력을 발휘했는데, 달리면서 앞과 옆을 확인하고 팀 동료의 스피드나 골대까지의 거리를 순식간에 판단해 다른 방향을 보며 패스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존슨과 같은 노룩 패스를 하고 싶었다"던 제임스는 존슨 못지않은 재능을 타고났다. 제임스는 "패스는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이었다. 농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플레이를 예측할 수 있었다. 동료들에게 좋은 타이밍에 패스만 하면 됐다"고 말했다. 넘버는 "좋은 패스로 동료들의 멋진 활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제임스에겐 중요한 동기 부여가 됐다"고 덧붙였다.
 
제임스가 LA 레이커스에서 보낸 첫 시즌(2018~19)은 실패에 가까웠다. 그러나 2019~20시즌, 앤서니 데이비스가 합류하면서 강력한 파트너를 얻게 된 제임스는 '쇼타임 레이커스'를 부활시켰다. 커리어 최다 평균 어시스트 10.2개로 처음으로 어시스트 1위에 올랐고, 통산 어시스트 랭킹을 10위에서 8위로 끌어 올렸다. 206㎝ 이상의 장신 선수가 어시스트왕에 오른 건 제임스와 존슨, 그리고 NBA의 전설적인 센터 윌트 체임벌린뿐이다. 통산 어시스트 역대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존슨과 제임스뿐이다.
 
넘버는 "2020년 10월 마이애미 히트와 치른 NBA 파이널에서도 제임스는 넓은 시야에서 나오는 정확한 패스로 경기를 지배했다. 존슨처럼 노룩 패스를 보내기도 했고, 데이비스에게 롭 패스나 터치다운 패스 등 자유자재로 공을 움직여 경기의 흐름을 만들었다"며 "(상대) 수비가 자신의 패스를 예측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직접 밀고 들어가 호쾌한 덩크를 꽂는다"고 제임스의 플레이를 묘사했다.
 
넘버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4차전 경기 종료 3분여 전. 2점 차로 앞선 상황에서 리바운드를 잡아낸 제임스가 직접 공격할 것처럼 수비를 유인한 뒤 켄타비오스 콜드웰-포프에게 패스를 주자, 그가 3점 슛을 성공한 장면이었다. 넘버는 "그때까지 콜드웰-포프는 7개의 3점 슛을 던져 두 개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제임스는 주저하지 않았다"고 썼다. 제임스는 당시 인터뷰에서 "승부처에서 동료를 믿는다. 그게 누구라고 해도 골을 넣을 것이라고 믿고 패스한다. 오늘 밤은 그게 콜드웰-포프였다"고 말한 바 있다.
 
 
쇼타임의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 LA 레이커스는 10년 만에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며 보스턴 셀틱스와 최다 우승 기록(17회)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제임스는 자신의 커리어 네 번째 파이널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그는 NBA 각기 다른 3개의 팀에서 우승을 경험한 선수가 됐다. 넘버는 "이렇게 제임스는 LA 레이커스에 ‘쇼타임 농구’를 부활시켰다. 장신 선수에 대한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어릴 때부터 패스로 경기를 지배한 존슨과 제임스가 레이커스에서 그 전통의 유대를 이어갔다"고 가치를 매겼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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