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노망주→마당쇠, KT 마운드 '언성히어로' 심재민
일간스포츠

입력 2021.09.16 12:59

안희수 기자
좌완 심재민이 팀 마운드의 마당쇠 역할을 해내고 있다. 사진=KT 제공

좌완 심재민이 팀 마운드의 마당쇠 역할을 해내고 있다. 사진=KT 제공

 
좌완 심재민(27)은 KT 선두 질주의 숨은 공신이다.  
 
마운드에서 가장 궂은일을 해내고 있다. 그의 임무는 스윙맨.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진 상황에서 투입돼 2~3이닝을 막아줘야 하는 역할이다. 대체 선발 투수로도 한 차례 나섰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15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4회 말 1사까지 6점을 내주고 무너진 뒤 나섰다. 3⅔이닝 동안 12타자를 상대하며 무실점 호투했다. 지난 8일 수원 KIA전에서도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1⅔이닝 동안 4점을 내주며 기선을 내준 상황에서 등판, 3⅓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선발 투수의 조기강판은 사령탑 입장에서 가장 당면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다. 불펜 가동이 빨라지면, 투입하는 투수가 늘어난다. 휴식을 부여할 계획이었던 선수까지 나서야 할 때도 있다.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누적 피로는 잠재적 불안 요소다.  
 
그래서 롱릴리버를 둔다. 이닝 소화 능력이 있는 투수 1명을 더 투입해 5~6회까지 막고, 이후 정상적인 불펜 운영을 도모하려는 의도다. KT는 심재민 덕분에 몇 차례 위기를 넘겼다.  
 
투구 내용도 좋았다. 3이닝 이상 막아낸 3경기에서 4점 이상 내주지 않았다. 8일 KIA전에서는 심재민이 달아오른 상대 타선의 기세를 꺾은 덕분에 동점 발판을 만들 수 있었다.  
 
15일 두산전 7회 말에는 리그 대표 '거포' 김재환과의 승부가 돋보였다. 풀카운트에서 몸쪽(좌타자 기준) 포심 패스트볼을 보여준 뒤 스트라이크존 안에 슬라이더를 꽂아넣었다. 앞서 낮은 코스에 던진 슬라이더에 타자가 반응하지 않자, 정면 승부로 허를 찔렀다. 이 경기에서 홈런과 2루타를 치며 뜨거웠던 김재환은 완전히 타이밍이 빼앗긴 채 어설픈 스윙을 했다.  
 
심재민은 '10구단' KT의 창단 멤버다. 2015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생팀 우선지명'으로 선발된 특급 유망주였다. 하지만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입단 동기 박세웅(현재 롯데)은 리그 대표 선발 투수, 주권은 정상급 셋업맨으로 올라섰지만, 심재민은 존재감이 미미했다. 2017시즌 커리어 최다 이닝(74⅔), 최다 홀드(13개)를 기록하며 도약 발판을 만들었지만, 팀 주축으로 평가되진 못했다.
 
2018시즌을 끝으로 군 복무(사회복무요원)를 소화했다. 어깨와 팔꿈치 통증을 다스릴 수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좌완 자원이 많지 않은 팀 상황 탓에 심재민의 복귀를 주목했다. 불펜진 수혈이 필요했던 6월에 그를 1군에 콜업했고, 이후 요긴하기 활용했다.  
 
선발 투수나 셋업맨처럼 주목받는 보직은 아니다. 하지만 심재민은 KT 마운드의 언성 히어로(unsung hero·묵묵히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다.  
선발 도약도 기대된다. 2019~20시즌 스윙맨을 소화한 김민수도 기존 선발 투수가 낙오한 자리를 꿰찼다. 이닝 소화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당장은 고영표·배제성·소형준으로 구성된 토종 선발진이 견고하다. 하지만 변수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심재민은 든든한 예비 자원이다.  
 
심재민은 올 시즌을 재도약 원년으로 삼고 있다. 그는 "승리나 세이브 등 개인 기록은 욕심이 없다. 자주 등판해서 좋은 공을 던지며 이닝과 경험을 쌓고 싶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이어 "아직 선발 투수 욕심도 없다. 현재 선발들이 잘 해주고 있다. 현재 나는 롱릴리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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