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 5년 차 한동희는 올 시즌 초반 KBO리그를 강타했다. 4월 한 달 동안 24경기에서 타율(0.427) 홈런(7개) 장타율(0.764) 출루율(0.485) 1위에 올랐다. 최다 안타(38개)와 타점(22개)은 2위였다. 4월 10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5월 3일 KT 위즈전까지 19경기 연속 안타로 개인 최다 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약체로 평가받았던 롯데는 한동희의 활약 덕에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1일 0.436까지 올라갔던 한동희의 타율은 17일 기준으로 0.354까지 떨어졌다. 5월 타율이 0.236에 그쳤다. 4월에 0.764였던 장타율은 5월에는 0.327로 반토막이 났다. 지난달 24경기에서 타점 22개를 올렸는데, 이달 14경기에선 고작 3타점뿐이다. 지난 15일 한화전 때린 홈런(시즌 8호)은 14경기 만에 나온 거였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한동희가 짧은 슬럼프에 빠졌다고 진단, 지난 10일 NC 다이노스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준 것이다. 이후 그는 타격감을 조금씩 회복하는 듯 보였지만, 4월만큼 뜨겁진 않다.
타격 슬럼프는 수비에도 영향을 끼친 모습이다. 한동희는 지난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에서 2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1회 초 선두 타자 류지혁의 땅볼 타구를 잡아 1루로 던졌는데 원바운드가 됐다. 이 공을 1루수 김민수가 놓쳐 선두 타자 출루를 허용했다. 류지혁이 이후 나성범의 병살타 때 홈을 밟아, 한동희의 실책은 첫 실점의 빌미가 됐다.
이어 1-1로 맞선 7회 초. 2사 1·2루에서 한동희는 박찬호의 땅볼을 잡아 2루로 공을 던졌다. 이 송구가 또 빗나갔다. 그 사이 2루 주자 최형우가 3루를 돌아 홈까지 밟아 1-2 역전을 허용했다. 결국 롯데는 3-4로 졌다.
올 시즌 한동희의 실책은 10개. 리그에서 가장 많다. 3루는 강하고 빠른 타구가 많이 향해 '핫코너'로 통하지만, 실책을 가장 많이 저지르는 포지션은 대개 3루수가 아닌 유격수다. 경기당 실책 0.26개를 기록 중인 한동희가 올해 풀 시즌을 뛴다면 실책 38개를 저지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KBO리그 역대 단일시즌 최다 실책 기록은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의 35개(유격수 29개, 2루수 6개)다.
한동희는 수비보다 타격이 뛰어난 선수다. 그렇다 해도 수비력이 크게 흔들리면 팀 공헌도가 떨어진다. 그는 2020년 실책 16개(973이닝, 1루수 실책 1개 제외), 지난해엔 14개(992와 3분의 1이닝)를 기록했다. 올 시즌엔 323과 3분의 1이닝 동안 핫코너를 지키면서 벌써 실책 10개를 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