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리포트] 팬들이 내건 '비난 현수막', 법적 문제가 된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2.06.16 07:03 수정 2022.06.16 01:00

차승윤 기자
지난 6월 초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앞에 붙은 현수막. 사진=한민희 제공

지난 6월 초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앞에 붙은 현수막. 사진=한민희 제공

 
스포츠 팬들은 응원하는 팀에 뜨거운 애정을 보낸다. 어떨 때는 누구보다 차갑게 돌아선다. 현수막은 팬들의 표현 도구 중 하나다. 스포츠 팬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기장 안팎에서 특정한 주장을 쓴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응원하는 내용도 가끔 있다. 그러나 이슈가 되는 건 수위 높은 비판이 적힌 문구들이다.
 
지난 4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로 이어지는 길가에 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감독의 선수 기용과 경기 운영 문제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어 이달에도 같은 곳에 허 감독의 선수 기용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다시 등장했다.
이를 법적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모든 국민은 표현의 자유(대한민국 헌법 제21조)를 갖고 있다. 다만 표현의 자유는 어떤 상황이든 적용되는 ‘마법’은 아니다. 타인의 명예·권리 또는 공중도덕·사회윤리를 침해하면 안 되고, 피해자는 이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4항). 현수막 항의도 마찬가지다.
 
'하나원큐 K리그1 2019' 수원삼성과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지난 2019년 7월 7일 오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수원 응원단이 현수막을 내걸고 구단을 질타하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하나원큐 K리그1 2019' 수원삼성과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지난 2019년 7월 7일 오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수원 응원단이 현수막을 내걸고 구단을 질타하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첫째, 현수막 항의는 형법 중 모욕죄·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 스포츠에서는 팬들이 경기장 내부에서 항의의 표시로 현수막을 들고 있거나 외부에서 현수막을 설치한 장면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현수막들은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적으로 설치돼 의견이나 사실을 기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용에 따라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
 
둘째, 민법 조항에도 걸릴 수 있다. 현수막에 기재된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경우, 이는 민법상 불법 행위로 인정된다. 설치자는 손해배상 책임까지 발생한다(민법 제750조, 제751조).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추가로 명예회복을 위한 처분을 해야 한다(민법 제764조).
 
여기에 최근 추가될 ‘인격권’ 문제까지 고려될 수 있다. 민법은 사람과 법인의 ‘인격권’을 명문으로 규정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개정안 제3조의2, 제34조의2). 이는 최근 재산 침해 외에도 불법 촬영·녹음, 직장 내 괴롭힘, 온라인 폭력 등 인격 침해가 이전보다 다양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셋째,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옥외광고물법)도 살펴보자. 옥외광고물법은 ‘공중에게 항상 또는 일정 기간 계속 노출되어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하는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옥외광고물법은 문자 그대로 ‘옥외’ 현수막만 고려한다. 경기장 안에서는 옥외광고물법 위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령 야구장 외야석에서 감독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면, 적어도 옥외광고물법 위반은 문제 되지 않는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팬들은 지난 2018년 7월 21일 오후 마산야구장 내에 합동분향소 입구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연합뉴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팬들은 지난 2018년 7월 21일 오후 마산야구장 내에 합동분향소 입구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팬들의 현수막은 상업성을 띄지 않는다. 이 경우에도 ‘광고물’에 해당될까? 답은 ‘그렇다.’ 이 법을 적용할 때에는 국민의 정치활동의 자유 및 그 밖의 자유와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정하고 있다(제2조의2). 즉 ‘옥외광고물’은 반드시 영업용이나 상업용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사진 속의 현수막들로 돌아가 보자. 해당 현수막들은 도로 인근 가로수와 펜스에 ‘감독의 경기 운영에 대한 항의 내용’을 기재하여 설치됐다. 상업성은 없지만, 옥외광고물법에 해당한다. 
 
옥외광고물법에 포함된다면 ‘신고’의 대상이 된다. 옥외광고물법은 도로 및 그 부근의 지역에 옥외광고물 등을 표시하거나 설치하려는 사람은 시장 등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제3조). 같은 법 시행령 제5조에서도 신고를 하고 표시해야 하는 광고물로 ‘현수막’을 명시하고 있다. 
 
광고물의 설치·표시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한 자는 해당 광고물에 허가 또는 신고번호·표시 기간·제작자명 등을 표시해야 하며 하도록 정하고 있다(제16조). 이 때문에 보통 허가나 신고를 거친 현수막은 하단에 표시가 있고 관련 내용이 적혀 있거나 지정게시대에 설치된다.
 
그런데 사진 속의 현수막에는 해당 부분이 보이지 않고 지정게시대에 설치되지도 않았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이런 옥외광고물이 있다면 시장 등이 설치자로 하여금 광고물을 제거하게 하거나 이를 따르지 않을 때 해당 광고물을 제거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제10조). 대구에 설치된 현수막들은 모두 며칠 후 사라졌다. 설치자가 스스로 제거했을 수도 있고, 행정관계자가 위법 현수막으로 보고 철거했을 수도 있다.
 
옥외광고물법을 위반한다면 어떻게 될까? 위반사항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거나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고(제18조, 제20조),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등이 위반할 경우에는 행위자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벌금형을 과하기도 한다(제19조).
 
현수막 역시 ‘팬심’의 일종이다. 누군가는 팬으로서 운영과 경기에 대해 이 정도 의견은 표현할 수 있지 않냐고 말할 수 있겠다. 또 다른 누군가는 비난보다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라고 옹호할 수도 있다. 어쩌면 현수막을 설치한 사람도 응원팀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팬심이 법 위에 있을 수는 없다. 팬들이 팀에 응원과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현행법령을 위반하는 형태는 아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 방식에 담긴 내용이 격려를 넘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민희(변호사)
사법시험 54회, 사법연수원 44기. 현 법률사무소 율다함 소속 변호사. 민·형사나 가사·소년보호 외에도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분야도 담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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