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초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NC의 독주다. 지난 13일 창원 KT전을 승리하며 리그 1위로 올라섰고 줄곧 자리를 지키고 있다. 투타 짜임새가 단단하다. 선수층을 의미하는 '뎁스'가 리그 정상급이다. 다양한 선수들이 활약하는 가운데 내야수 강진성(27)은 공룡군단의 돌풍을 이끄는 '히트상품' 중 하나다.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다. 강진성은 개막전 엔트리엔 이름을 올렸지만 마땅한 포지션이 없었다. 시즌 첫 7경기 동안 대타로 4경기를 뛴 게 전부였다. 그러나 드라마틱한 반전이 일어났다. 어깨 부상을 당한 모창민을 대신해 지난 14일 선발 1루수로 이름을 올린 뒤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살렸다. 특히 지난주 6경기에서 타율 0.522(23타수 12안타)를 기록했다. 주간 최다안타 리그 2위. 국내 선수 중에선 1위였다.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은 강진성을 5월 셋째 주 MVP로 선정했다.
입단 후 줄곧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았다. 경기고 재학 시절엔 손꼽히는 3루 유망주였다. 2010년 열린 제24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 입단 후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지명을 받고 NC 유니폼을 입었지만 쟁쟁한 1군 선수층을 뚫어내지 못했다. 2014년 경찰야구단 복무 당시에는 유승안 감독의 권유로 포수로 포지션을 전환했다. 2년 복무 후 팀에 돌아왔을 때는 어깨 수술을 했고 외야수로 경기 중후반 대타나 대수비로 출전하는 게 전부였다.
올 시즌 전망도 밝지 않았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타율이 0.211(19타수 4안타)로 낮았다. 귀국 후 가진 자체 청백전 타율도 0.222(18타수 4안타)로 비슷했다. 이동욱 감독이 생각한 시즌 메인 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린 팀 간 연습경기 때 레그킥을 버리고 노스텝을 장착했다. 야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시도한 노스텝이었지만 몸에 딱 맞는 맞춤옷이 됐다. 그는 "내가 치고도 정말 신기하다. 작은 변화인데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데뷔 첫 주간 MVP에 선정된 소감은. "이런 성적을 낼 줄 몰랐다. 기회를 주신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 감사하다. 아직 좀 얼떨떨하다.(웃음)"
-타격 성적이 급등한 비결은. "워낙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자체 청백전 때 결과가 안 좋았다. 그러면서 내가 가진 걸 많이 버렸다. 감독님과 코치님의 조언이 있었는데 (변화를 준 뒤)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에서 좋은 타구가 계속 나오면서 그게 자신감으로 연결됐다. 나도 모르게 확신이 생기니 이런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거 같다."
-버렸다는 것 중 하나는 레그킥인가. "그게 포인트다. 계속 타격 타이밍이 늦다는 얘길 들어서 그 부분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타격 폼을 바꾸기에는 불안한 게 있었다. 감독님께서 그동안 계속 지켜봤지만 별다른 성적을 냈던 게 없으니까 믿고 따라 해보라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내 것을 다 버리고 해보자는 생각으로 했다. 프로 입단 후에 노스텝으로 타격했던 게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마추어 때는 어땠나. "그때도 하지 않았다. 야구 경기를 하면서 노스텝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치고도 정말 신기하다. 작은 변화인데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작년 같은 경우라면 헛스윙이나 땅볼이 나올 타격인데 코스 안타가 많이 나온다."
-스프링캠프부터 노스텝 장착한 건가. "팀 간 연습경기였다. 감독님께서 처음엔 그냥 가만히 보시다가 마지막 2~3경기가 남았을 때 도저히 안 되니까 방으로 호출하셨다. 그 자리에서 노스텝 얘기가 나왔고 코치님들도 긍정적으로 해보자고 하셔서 계속 연습했다."
-생소한 1루수로 경기를 뛰고 있는데.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계속 1루수로 뛰는 거라 생소하긴 하다. 마무리캠프부터 계속 연습했고 경찰야구단에 있을 때 포수와 1루수를 번갈아서 맡았던 경험이 있어서 그나마 조금 덜 어색한 거 같다."
-포지션 이동이 잦은 편인데 1루수는 잘 맞나. "잘 맞는 것보다 약간 편안한 건 있다."
-2016년에는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까지 받았는데. "제대하고 팀에 복귀한 뒤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입대 전 NC에선 줄곧 3루수로 뛰다가 경찰야구단에 가서 포수를 맡았다. 포수로 2년 동안 뛰었던 걸 보여주려고 (제대 후) 가을 리그부터 엄청 연습했다. 팔꿈치에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어느 날 포수로 2루 송구를 하는데 팔꿈치에서 '뚝'하는 소리가 나더라. 병원을 두 곳 갔는데 모두 인대가 끊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재활을 얼마나 한 건가. "1년 정도 했다. 투수가 아닌 야수라서 토미존서저리는 7개월 정도 재활하고 복귀했다. 그런데 포수 블로킹 연습을 하다가 무릎 연골이 찢어져 연골 수술을 다시 하느라 총 11~12개월이 걸린 것 같다."
-3루수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있긴 한데 아쉬움보다는 이젠 어떻게든 한 타석 한 타석을 나가는 게 목표다. 어느 포지션이건 상관없다."
-아버지는 어떤 조언을 해주나. "지금 200% 잘하고 있다고 하신다. 200% 잘하고 있으니까 실수를 하더라도 똑같이 차분한 마음으로 다음 경기 준비 잘하라고 말씀해주신다."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아직 많은 경기를 하지 않아 좀 더 해봐야 알 것 같다. 다만 주변에서 잘 먹고 잘 자라는 조언을 많이 하시더라. 코치님들도 시즌을 치르면서 타격 고비가 한 번은 오니까 그걸 잘 넘겨야 한다고 말한다. 일단 (휴식일에는) 잘 쉬면서 이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