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비었던 경기장에 관중들이 돌아온 날, 전북이 기다리던 'KBK' 김보경(31)의 공격 본능도 돌아왔다. 김보경이 유관중 전환 후 첫 홈 경기에서 복귀 골을 신고하며 전북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전북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14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홈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후반 9분 상대 송민규(21)에게 선제골을 얻어 맞으며 끌려가던 전북은 후반 15분 손준호(28)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고, 후반 24분 김보경의 역전골에 힘입어 홈 팬들 앞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2연승에 성공한 전북은 올 시즌 리그 경기 홈 무패(6승1무) 기록도 이어갔다. 순위는 여전히 2위지만 구스타보(26)와 바로우(28) 가세 후 확연하게 상승세를 탄 전북은 1위 울산 현대와 우승 경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승점 3점도 값지지만 더 반가운 건 지난 시즌 K리그1 MVP 김보경의 부활이다. 울산을 떠나 올 시즌 전북으로 복귀한 김보경은 누구나 인정하는 전북의 '키 플레이어'다. 지난 시즌 울산이 전북의 대항마로 우승 경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김보경의 활약은 말 그대로 눈부셨다. 전북에서 뛴 2016년과 2017년에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선수인 만큼, 김보경 재영입 결정에 팬들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부담도 컸던 탓일까. 다시 전북 유니폼을 입은 김보경의 성적은 선수 자신에게도 팀에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발목 부상 변수도 있었지만, 13라운드 FC 서울전까지 11경기에 출전해 단 하나의 공격 포인트도 올리지 못한 건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김보경이 침묵하면서 전북의 공격 색깔도 옅어졌다. 측면 공격수의 부족으로 파괴력과 날카로움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자연히 김보경의 책임감, 그리고 부담감도 날로 무거워졌다. 그러나 월등한 기량을 갖춘 새 공격 자원들이 합류하며 분위기가 반전됐고, 마침내 그토록 기다렸던 김보경의 전북 복귀골이자 올 시즌 마수걸이 득점포까지 터지면서 상승세에 제대로 올라탔다.
첫 골로 부담을 털어낸 김보경은 "어떤 선수든 좋은 때와 그렇지 않은 때가 있다. 골에 대한 부담보다 경기력에 집중하고자 했다"면서도 "골에 대한 욕심보다 전북에 좋은 선수가 많으니 승리에 집중하자는 마인드로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그 덕분에 기회가 왔을 때 잘 살릴 수 있었다"는 말로 기쁨을 전했다. 조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도 "김보경이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득점을 하게 돼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김보경이 관중들 앞에서 골 넣으려고 기다린 것이 아닌가 싶다"며 "마술 같은 일이다. 이제 관중들이 들어오니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을 것 같다. 팬들이 항상 찾아와주셔야 김보경이 득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 섞인 칭찬을 하기도 했다. 모라이스 감독의 말처럼, 돌아온 관중들 앞에서 마술처럼 골을 쏘아올린 김보경의 부활은 더 강해질 전북의 '완전체'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