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는 5일 서울시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2020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감독(12명·비중 30%), 주장(12명·30%), 미디어(115개사·40%) 투표에서 손준호는 최종점수 46점을 받아 주니오(울산 현대·44.83점)를 1.17점 차로 제치고 영예를 안았다. 손준호는 감독 8명의 지지를 받았고, 미디어 46표, 주장 4표 등을 얻었다. 주니오는 주장(7표)과 미디어(57표)로부터 더 많은 표를 받았다.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MVP는 주로 공격수나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돌아갔다. 손준호는 수비라인 바로 앞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다. 눈에 띄는 화려한 자리가 아니다. 공격포인트(25경기 2골·5도움)가 많지도 않다. 그런 그가 수상할 수 있었던 건 전북의 K리그 4연패에 있어 전술적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손준호 동선 히트맵(지역별 활동량을 온도로 표시한 지도)이 화제가 됐다. 1일 대구FC전 히트맵에서 손준호는 후반 30분에 이미 10㎞ 가까이(9688m) 뛴 상태였다. 초록 그라운드 온통 붉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도 했단 손준호는 올해 완벽한 ‘원 볼란치’로 거듭났다. 원래 수비가 거칠었는데, 올해는 크지 않은 몸집(1m78㎝·62㎏)에도 깔끔한 수비를 선보였다. 그라운드 경합 성공(75회), 패스 차단(171회), 획득(291개), 중앙지역 패스(1122개) 전체 1위다. 장거리 패스 성공(219개)과 태클 성공(33개)은 2위, 인터셉트는 5위(51개)다. 전방 키패스로 공격의 시발점이 됐다.
맨유 시절 박지성처럼 이른바 ‘언성 히어로'(Unsung Hero·이름 없는 영웅)였다. 묵묵히 헌신한다. 동료가 가장 고마워하는 선수다. 올해 프로 7년 차인데, 2016년 포항 시절 십자인대 파열로 1년 가까이 쉬었다. 이듬해 도움왕에 올랐고, 2018년 전북 이적 후 3년 만에 리그 최고 선수가 됐다. 그는 “인생에서도 MVP 같은 날이다. 다음 시즌에도 MVP에 걸맞은 플레이로 반짝이 아니란 걸 보여주겠다”라고 말했다.
공무원처럼 근면하게 골을 넣는다고 해서 별명이 ‘골무원’인 울산 주니오는 아쉽게 밀렸다. 득점왕(26골)은 차지했지만, 팀이 준우승했고, 전북전에도 부진했던 게 감점 요인이었다. 감독상은 포항 김기동 감독(38.09점)에 돌아갔다. 포항은 리그 3위지만 팀 득점 1위(56골) 등 화끈한 ‘용광로 축구’를 펼쳤다. 신인상 격인 영 플레이어상(프로 3년 차 미만)은 10골·6도움의 포항 송민규(21)가 차지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