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FA)을 앞둔 장성우(31·KT 위즈)가 가을 무대에서 노련한 기량을 증명하고 있다.
장성우는 KT의 주전 포수다. 2015년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친정팀 롯데에서 KT로 둥지를 옮겼다. 유망주 시절 대형 포수의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받았지만, 끝내 정상급 포수로는 성장하지는 못했다. 이적 시즌이었던 2015년(OPS 0.771)을 제외하면 한 번도 OPS 0.75를 넘어보지 못했다. 도루 저지율 30%를 기록한 것도 2015년과 2019년뿐이다. 설상가상 2015년에는 사석에서 야구계 관계자들을 비난했다는 사실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장성우는 언제나 KT의 주전으로 안방을 지켜왔다. 2015년 이후 한 시즌(2017년 581과 3분의 1이닝)을 제외하면 매년 800이닝 이상 포수를 소화했다. 올 시즌에도 813과 3분의 1이닝(포수 4위) 동안 소화하며 투수들을 이끌었고, 팀 평균자책점 2위(3.68)에 힘을 보탰다.
타선에서도 중요한 한 방을 쳐냈다. 타선이 침체하던 9월, 4번 타자로 나서 힘을 보탰다. 4번 타순 성적(OPS 0.513)은 좋지 못했지만, 필요할 때마다 한 방을 날렸다. 특히 9월 28일 NC와 수원 더블헤더 2차전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7회 말 김진성에게 중견수 키를 넘기는 대형 2루타를 만들어 동점 타점과 역전 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분위기가 침체됐던 KT는 이날 승리부터 3연승을 달리고 1위를 차지했다.
한국시리즈(KS)에서도 수비와 한 방은 건재하다. KT는 포스트시즌 내내 불타오르던 두산 타선을 1차전 2점, 2차전 1점으로 봉쇄했다. 투수진의 능력과 야수진의 호수비가 컸지만, 장성우도 노련한 리드로 두산 타선을 괴롭혔다. 이강철 KT 감독은 15일 KS 2차전 승리 후 “그만한 포수가 없다”며 “내가 3시즌째 KT 감독을 하고 있는데, 장성우를 인정하는 상대 팀 감독들이 많았다”고 장성우를 칭찬했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에 대해서도 “(4회 초) 양석환 타석에서 3볼이 되자 아예 거르더라. 볼을 뺐으면 싶었는데 알아서 빠져 앉더라. (다음 타자인) 박건우가 잘 맞지 않는 것을 고려한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잘 통했다”며 “소형준의 투구도 좋았지만, 장성우의 좋은 리드가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타격에서도 존재감을 발휘 중이다. 1차전에서는 1사 2, 3루 상황에서 외야로 공을 띄워 3루 주자 강백호를 불러들이며 선취점을 만들어냈다. 이어 2차전에서도 5회 말 만루 상황에서 쐐기 2타점 2루타를 쳐 팀 대승에 힘을 보탰다.
장성우는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FA) 권리를 얻게 된다. 현역 최고 포수로 올해 골든글러브 수상이 유력한 강민호, 출루율 0.405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최재훈이 함께 시장에 풀린다. 숫자로 보이는 성적은 둘에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의 장점을 KS 무대에서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1군 첫해부터 함께해온 KT의 우승을 이뤄낸다면, 장성우의 FA 전망에도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