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 선수가 된 이승우(23)가 올겨울 새로운 행선지를 찾는다. 그는 유럽 잔류와 국내 복귀의 갈림길에 섰다.
벨기에 신트트라위던 구단은 지난 23일(한국시간) "이승우와 계약을 즉시 해지하기로 합의했다. 그의 앞날에 행운을 빈다"고 밝혔다. 당초 이승우와 신트트라위던의 계약 기간은 내년 6월까지였다.
이번 결정은 이승우가 올 시즌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기에 이뤄졌다. 그는 15라운드까지 치러진 2021~22시즌 벨기에 주필러리그(1부리그)에서 단 한 차례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이승우는 귀국 후 겨울 이적 시장에서 새 팀을 찾을 계획이다.
이승우는 한때 한국 축구의 미래로 기대를 모았던 '축구 천재'였다. 2011년 13세의 나이로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한 그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탁월한 골 감각을 발휘하며 '코리안 메시'란 별명을 얻었다.
그의 능력은 유럽 리그 성인 레벨에선 통하지 않았다. 그는 끝내 바르셀로나 1군이 되지 못했다. 대신 2017년 8월 이탈리아 엘라스 베로나로 이적했다. 그러나 이곳에도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2시즌 동안 리그 37경기에 출전해 2골에 그쳤다. 입지가 좁아진 그는 2019년 8월 이탈리아 리그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벨기에 리그 신트트라위던으로 이적했다. 경기를 많이 뛰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또 팀에 안착하지 못했다. 2019~20시즌과 2020~21시즌 2골에 그쳤다. 2020~21시즌 후반기엔 포르투갈 포르티모넨스 임대를 다녀오기도 했다.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대표팀에서도 멀어졌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했던 이승우는 2019년 6월 이란과 평가전 이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23세 이하(U-23) 대표팀에는 몇 차례 선발됐지만, 올해 도쿄올림픽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이제 이승우는 해외 리그 재도전과 K리그 구단 입단이라는 갈림길에 섰다. 그는 유럽 잔류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그가 유럽 리그에서 꿈을 이어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무적 선수가 되면서 이적료가 없어졌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금메달 멤버로서 병역 문제도 해결했다.
축구계의 A 에이전트는 "실전 감각 부족이 이승우가 새 팀을 찾는 데 걸림돌이다. 하지만 구단 입장에서 부담이 없는 선수다. 병역 문제가 해결됐고, 이적료가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라서 여전히 유럽 무대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K리그 팀 입단도 좋은 대안이다. 앞서 이승우와 같은 바르셀로나 유스팀 출신 백승호(24)의 성공 사례가 있다. 백승호는 바르셀로나 2군-지로나(스페인)-다름슈타트(독일) 거치는 동안 유럽 무대에 안착하지 못했다. 올해 전북 현대에 입단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는데, 대성공이었다. 백승호는 K리그 강팀 전북의 '중원사령관'으로 거듭났다. 정확한 패스와 날카로운 프리킥 능력이 부각됐다. 덕분에 지난달 약 2년 만에 대표팀에 재발탁되는 등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이승우 역시 지난겨울 K리그1 몇몇 구단의 러브콜이 있었다. 결국 포르티모넨스 임대를 택했지만, 일부 구단은 여전히 이승우 영입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B 에이전트는 "이승우 정도의 재능을 가진 선수라면 K리그 적응기를 거치고 몸 상태를 만들면 충분히 통한다. 게다가 워낙 축구 팬에게 인기가 많은 선수라서 K리그 붐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선수의 국내 팀 입단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