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자유계약(FA) 시장에서 처음으로 100억원 이상을 써서 붙박이 4번 타자 김재환(33)을 잡았다.
두산은 지난 17일 "김재환과 총액 115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 4년에 계약금 55억원과 연봉 55억원, 인센티브 5억원 등 총액 115억원 규모다. 연봉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15억원을, 계약 마지막 해에는 10억원을 받는 구조다. 김재환은 "다른 팀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기쁘기도 하지만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두산이 FA 시장에서 선수 한 명에게 100억원대 투자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은 올겨울 FA 시장에서 '오버페이(overpay·더 많이 지불)' 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FA 외야수 박건우를 NC 다이노스에 6년 총액 100억원에 내줬다. FA 시장에서 2019년 양의지(NC), 2020년에는 오재일(삼성 라이온즈)과 최주환(SSG 랜더스)에 이어 또 주전 선수가 빠져나가자 뿔이 난 두산 팬들은 트럭 시위를 계획했다. 김재환까지 놓쳤다면 더 거센 반발이 예상됐다. 결국 김재환을 잡기 위해 올해 FA 대형 선수들 계약 기준이 된 100억원에 15억이 더 보태졌다. 두산 팬들조차 '비싸다'는 평가지만, '과열된 올해 FA 시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수긍하고 있다.
박건우보다 김재환에게 오버페이한 것은 김재환이 소중한 '잠실 거포'이기 때문이다. 김재환은 주전으로 발돋움한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두 자릿수 홈런을 치고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타율 3할-30홈런-10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콘택트 능력과 장타력을 모두 겸비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한 시즌 30홈런-100타점은 거포를 상징하는 기록이다. 2018년에는 44홈런을 날려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김재환도 항상 "외야가 넓은 잠실구장에서 30홈런 이상 치는 것에 대해 나만의 '프라이드'가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김재환은 최근 3시즌 동안 2할 후반대 타율을 기록했다. 안타 생산은 다소 줄었지만 파워는 여전했다. 지난해 30홈런-113타점, 올해는 27홈런-102타점 등으로 4번 타자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재환의 가치는 같은 잠실구장을 쓰는 LG 트윈스 타자들과 비교하면 더 높아진다. LG에선 최근 3시즌 동안 30홈런 이상을 친 선수는 지난해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38개)가 유일했다.
두산은 FA 시장에서 김재환을 잡으면서 출혈이 크지 않았다. 박건우의 자리는 4번째 외야수인 김인태가 메워줄 전망이다. 김인태는 올해 부진했던 정수빈을 대신해 활약했다. 2013년 프로에 데뷔해 가장 많은 133경기에 나와 타율 0.259, 8홈런, 46타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