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베테랑 포수 허도환(38)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다만 팀 패배로 환하게 웃지 못했다.
허도환은 지난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에 9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장했다. 시즌 후반부터 김윤식과 배터리 호흡을 이뤄 이날 선발 출전의 기회를 얻었다.
허도환은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2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1-0으로 앞선 2회 말 2사 후 상대 에이스 안우진의 6구째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2-0으로 앞선 5회에는 선두 타자 안타로 나갔다. 이번에는 커브를 공략하는 노련미가 돋보였다. 두 번 모두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분위기를 갖고 오는 동시에 안우진의 투구 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2-3으로 역전 당한 7회에는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섰고, 바뀐 투수 이승호에게 볼넷을 골라 찬스를 연결했다. 여기까지 그의 임무였다. LG는 대주자 이영빈을 투입했고, 문성주의 내야 땅볼 때 이영빈이 4-3로 앞섰다. 허도환의 볼넷 출루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김윤식의 호투도 이끌었다. 경기 전부터 "(김)윤식이는 김광현(SSG 랜더스)·구창모(NC 다이노스)처럼 될 자질을 갖췄다"라며 용기를 줬다. 김윤식은 믿음에 보답하듯 데뷔 첫 포스트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5와 3분의 2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4사구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에게도 PO 3차전 선발 출전은 특별했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소속이던 2018년 11월 2일 넥센(현 키움)과의 PO 5차전 이후 4년 만의 가을 야구 첫 선발 출장이다.
허도환은 프로 16년 차 베테랑 포수다. 우승 반지는 2개. 그러나 가을 야구에서는 2013년 넥센 시절을 제외하면 모두 백업 포수였다. 지난해 KT 위즈가 통합 우승을 달성할 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주전 장성우가 전 경기를 소화하면서 단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2년 총액 4억원의 FA 계약으로 LG로 이적했다. 정규시즌 유강남의 백업 포수로 활약하며 타율 0.247(85타수 21안타)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가을 무대에서 늘 조연 역할에 가까웠던 그는 이날 LG가 이겼다면 주연이 될 수 있었다. 허도환이 PS에서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한 건 13경기(종전 12경기 15타수 2안타) 만에 처음이었다.
하지만 LG는 허도환이 마스크를 내려 놓은 7회 말 4-3에서 4-6 역전을 허용한 끝에 졌다. 그는 팀 패배로 웃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