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이' 신유빈(대한항공·세계랭킹 8위)의 표정은 침통해 보였다. 눈물을 참으며 씩씩한 척을 했지만, 슬픈 표정과 아쉬움을 숨길 순 없었다.
한국 여자탁구는 지난 25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일본과의 여자 탁구 단식 4강전에서 매치 점수 1-3으로 졌다. 아시안게임은 3·4위 결정전을 치르지 않아 한국 여자탁구는 단체전 2회 연속 동메달 획득에 만족했다.
신유빈의 환하게 웃지 못한 건 두 차례 단식에서 모두 졌기 때문이다. 1단식에 나서 하야타 히타(9위)에게 0-3(7-11, 6-11, 8-11)으로 졌다. 매치 점수 1-2로 뒤진 4단식에선 히라노 미우(16위)와 상대해 1-3(11-13, 11-7, 10-12, 9-11)로 패했다. 초반부터 상대에게 끌려다니거나, 앞서다가도 추월을 허용했다.
신유빈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언니들과 함께해 아시안게임 첫 메달을 땄지만 아쉬움이 너무 많다"라고 했다. 이어 "저랑 경기하는 선수들이 저한테 계속 거의 비슷하게 플레이하는 것 같다"며 "그런 문제점을 보완해서 좋은 경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무대까지 이미 밟은 신유빈에게 AG는 처음이다. 25일 일본전뿐만 아니라 24일 홍콩과의 8강전에서도 1단식 주자로 나서 두호이켐(32위)에게 1-3으로 졌다.
신유빈은 한국 탁구의 미래다. 탁구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따라 5세 때부터 탁구채를 잡은 신유빈은 '탁구 신동'으로 불렸고, 최연소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현재 세계 랭킹은 8위. 국내 여자 선수 중 세계 랭킹 20위권에 유일하게 포함되어 있다. 2021년 아시아탁구 선수권 여자 단식 준우승, 2023 국제탁구연맹(ITT) 세계선수권 여자 복식 은메달을 획득했다.
신유빈은 BTS(방탄소년단)의 열렬한 팬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경기가 없는 27일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든지 어떻게 휴식하며 마음을 추스를 건가'라는 말에 "잘 모르겠다. 그냥 생각을 내려놓고 다시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평소 해맑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신유빈은 도쿄 올림픽에서 병아리 우는 소리를 닮은 기합으로 '삐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실력 못지않게 기합 소리와 당당함이 강점이다.
단체전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기회는 많다. 여자 단식과 복식, 혼합 복식까지 많은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2019년부터 호흡을 맞춘 전지희(미래에셋증권)와는 여자 복식 세계랭킹 1위, 임종훈(한국거래소) 함께 나서는 혼합복식은 세계 3위다.
대표팀 선배 전지희는 "솔직히 (에이스 역할은) 누가 해도 쉽지 않다. 무겁고 책임감이 크다"며 "누구나 그 역할 해도 유빈이만큼 못 할 수 있다. 유빈이가 너무 슬퍼할 필요 없다. 남은 경기를 잘 준비해서 노력하면 될 것 같다"고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