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27·KIA)이 해외 진출을 위해 본격 행보에 나선다. 올 시즌 뒤 프리 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그는 10월4일 팀의 정규시즌 일정이 끝난 뒤 일주일 정도 신변 정리를 마치고 메이저리그(ML)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가량 미국에 머물며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 측과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 등 개인 훈련을 할 계획인 윤석민은 11월 초 FA 공시 후 원소속구단인 KIA와 우선 협상을 하기 위해 국내로 돌아올 전망이다.
윤석민은 올 시즌 뒤 오승환(31·삼성)과 함께 해외 진출이 유력한 선수다. 그는 2011년 평균자책점 2.45, 17승 5패(승률 0.773) 1홀드 178탈삼진을 기록하며 투수 4관왕에 오른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해외 진출을 원했다. 그러나 "FA 자격을 얻은 뒤 해외에 나가도 늦지 않다"는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설득으로 잔류를 선택했다. 야구계는 윤석민이 FA 자격을 얻는 2013시즌에 주목했다. 선동열(50) KIA 감독은 "윤석민은 가만히 놔둬도 알아서 잘 해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참여한 뒤 어깨 후방 근육 염증을 얻어 5월3일에야 1군에 올라왔다. 후반기에는 팀 사정에 따라 마무리 투수로 전업하는 등 2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83, 3승6패 7세이브 1홀드에 그쳤다. 성적이 기대에 못미지자 소문이 무성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떨어지지 않았겠는가', '윤석민의 몸값이 저평가받는다면 국내에서 한 해 정도 더 뛴 후에 ML 진출을 선언하지 않겠는가'라는 전망이 나왔다.
윤석민도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그는 "소문이 무성하다는 건 어느 정도 안다. 전반기에는 어깨에 신경쓰느라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것뿐이다"며 "과거 포스팅 시스템을 추진할 때 나에게 관심을 보였던 팀들이 이번 시즌에도 꾸준하게 야구장을 찾아 투구를 지켜보지 않았는가. 더구나 메이저리그 구단은 30개에 이른다. 야구는 평균의 스포츠다. 스카우트들도 수년간 나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했기 때문에 올해 한 시즌 성적을 갖고 판단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걱정 없이 기다리는 것뿐이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고, 탬퍼링(사전 접촉) 문제도 있다. 11월 중순이면 해외진출 윤곽이 잡힐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몸값'에 대한 나름의 기준도 있었다. 윤석민은 "남들이 생각하는 시장 평가액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진출 여부를 결정할) 마지노선이 있다. 아직 말할 시기가 아닐 뿐이다"라며 "열쇠는 내가 갖고 있다. 편안하고 신중하게 상황을 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