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배우 염정아(46)는 JTBC 금토극 'SKY캐슬'을 통해 '전성시대'를 열었다. 2019년 1월 드라마 배우 브랜드평판 1위까지 거머쥐며 배우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 1991년 미스코리아 선(善) 출신인 데다 1992년 미스 인터내셔널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3위를 기록, 데뷔 초부터 소위 잘 나갔다. 하지만 신드롬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뷔 29년 차, 항상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연기를 향한 열정을 가지고 작품을 기다려왔다. 영화와 드라마 가리지 않았다. 다년간 쌓인 경험이 한서진을 만나 포텐을 터뜨렸다.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어 '新 한류스타'로 떠올랐다. 염정아는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잘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얼떨떨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언제 또 이런 인기를 누려보겠냐"면서 수줍게 웃었다. 우아하고 기품 넘쳤던 한서진이란 롤을 벗은 염정아는 술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소탈한 언니였다.
-실제로 남편이 의사이기도 해요. 상황이 비슷해서 역할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확실하게 가정과 일을 분리하는 편이에요. 젊었을 때 엄마 역할을 할 때도 거리낌이 없었어요. 난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보는 분들은 아닐 수도 있더라고요. 남편이 의사라는 점과 수염, 안경 때문에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렇지는 않았어요. 그 부분 때문에 부담스럽지도 않았고요."
-남편이 이런 부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나요. "오히려 연기할 때 방해가 될까 봐 조심스러워했죠. 시청자로서 재밌게 봤어요. 스포일러도 계속 물어보고 그랬어요. 그때마다 입을 다물었죠. 정준호 선배님도 집에 가면 대본을 감췄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얼마나 재밌게 봤으면 그러겠어요."
-자녀들도 'SKY캐슬'을 시청했나요. "1, 2회만 빼고 다 봤어요. 처음엔 어른들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안 보여주려고 했어요. 근데 주위 친구들이 다 보고 있더라고요. 왜 못 보게 하냐고 해서 볼 수 있게 해줬죠."
-엄마의 높아진 인기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은요. "그런 거 없어요. 왜 늦게 오냐고 뭐라고 해요.(웃음)"
-자녀들을 공개한 적이 없어요. "아이들은 아이들 인생이 있는 거잖아요. 엄마가 배우라고 해서 공개를 강요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본인들이 나중에 원하면 공개하겠지만 엄마 때문에 뭘 하는 건 엄마인 나도 불편해요."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결혼인가요. "사실 큰일이든 아니든 큰일로 받아들이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좋은 일도 편하게 덤덤하게, 나쁜 일도 이겨내는 거지 그렇게 받아들이는 스타일이거든요.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요. 그냥 살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영화 '장화홍련'을 만나서 영화에 제대로 입문하게 됐고 'SKY캐슬'처럼 이렇게까지 크게 사랑을 받아본 적은 없으니까 이 작품 역시 나중에 '그때 내 봄날이었어' 이럴 수도 있죠.(웃음)"
-워킹맘 어렵지 않나요. "세팅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남편의 도움이 크죠. 웬만하면 내가 촬영 있는 날 약속을 안 잡고 집에 일찍 가요. 아이들 숙제를 체크해주고 그래요.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라 숙제가 가장 큰 문제거든요."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대해 고민이 점점 늘겠어요. "앞으로 많이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아직은 혼란스럽고 정리가 안 됐어요. 아이들 의견도 중요하고요. 지금은 진진희 엄마 모습에 가까운데 노승혜 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한서진처럼은 되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고 이수임처럼 되고 싶지도 않고요. 진진희나 노승혜가 가장 평범한 것 같아요. 보통의 엄마잖아요. 아이들한테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작년에 영화 '완벽한 타인'도 흥행에 성공했죠. "운 좋게 좋은 작품들을 만났어요. 사실 오랫동안 작품에 목 말라 하고 있었어요. (40대 여배우가) 할 만한 작품이 없었거든요."
-아쉬운 작품이 있나요. "흥행이 안 된 것들이 좀 아쉬워요.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 좋은 작품인데 사람들이 많이 안 본 작품이요. 좋은 영화를 같이 나누고 싶거든요. '카트'나 '오래된 정원'은 관객 수가 100만을 못 넘겼어요. 배우들은 출연한 작품이 손익분기점을 못 넘기면 마음이 괴로워요."
-올해 개봉을 앞둔 영화 '미성년'을 통해선 배우 김윤석 씨와 감독과 배우로 만났죠. "김윤석 감독님은 정말 러블리해요. 너무 좋았어요. SNS 단체방이 있어요. 팀워크가 좋아요. 진짜 가족 같아요. 배우로 연기는 영화 '범죄의 재구성' 때 처음 만났고 그 이후에 '전우치' 때 만났는데 같이 연기를 하지는 않았어요. 연기를 같이 할 기회가 없었어요. 감독님한테 다음 작품도 꼭 같이하고 싶다고 했는데 콜을 주려나 모르겠어요."
-평소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원래 엄청 많이 먹는데 자제해요. 결혼하고 아이 낳기 전까지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었는데 지금은 먹는 대로 쪄요. 그래서 덜 먹고 운동해요."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반응이에요. "드라마를 사랑해줘서 그런 모습까지도 예쁘게, 좋게 봐준 것 같아요. 사랑에 빠지면 콩깍지가 씌인다는 말처럼 다 좋게 봐주는 것 같아요."
-이후 계획이 있나요. "아이들과 시간을 좀 보내려고 해요. 그리고 주부로 돌아가면 너무 바빠요. 몸이 부지런한 편이라서 잠시도 가만히 못 있거든요. 할 거리를 찾다 보니 청소하거나 정리하거나 마트를 가죠. 뭐 하나 사려고 해도 꼭 직접 가서 보고 사야 하거든요."
-욕심 나는 연기가 있나요. "망가지는 코믹 연기로 관객이나 시청자들을 웃기고 싶어요. 근데 늘 그랬듯이 기다려야죠.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고 해서 할 수는 없어요. 들어온 작품 중에 택해야죠. 어떤 작품이 들어올까 그게 가장 궁금해요."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사진=박세완 기자 영상=박찬우 기자 장소=가로수길 테이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