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광주 KIA-두산전. 선발 투수 한승혁(KIA)과 곽빈(두산)은 4회까지 무실점 호투하며 팽팽한 투수전을 이어갔다.
균형은 실책 탓에 깨졌다. 5회 초 2사 2루에서 KIA 유격수 박찬호(26)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땅볼 타구를 처리하며 악송구를 범했다. 한 번 튄 공이 1루수 황대인의 키를 넘어갔다. 주자 정수빈이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이닝을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선취점을 내줬다. KIA는 1-3으로 졌다.
박찬호의 실책이 급등하고 있다. 9월 25경기에서 6개를 기록했다. 16~17일 삼성전, 18일 LG전에서 3경기 연속 실책을 범하기도 했다. 평범한 내야 땅볼을 2번이나 놓쳤다. 모두 실점으로 이어졌다. 시즌 실책은 16개로 늘어났다. 리그 '최다 실책' 공동 3위다.
2014년 KIA에 입단한 박찬호는 2014~16시즌 백업 내야수를 맡았고,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2019시즌부터 주전으로 올라섰다. 한국 야구 대표 내야수로 손꼽히는 이범호(은퇴)의 후계자가 됐다. 이범호가 지키던 핫코너(3루)의 새 주인을 맡았고, 등 번호(25번)도 물려받았다. 그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타율 0.260·39도루를 기록했다. 2020시즌 연봉 협상에서는 데뷔 처음으로 억대(1억 500만원) 연봉자가 됐다.
박찬호는 맷 윌리엄스 감독 체제가 시작된 2020시즌부터는 붙박이 유격수를 맡았다.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이닝(1164⅓)을 소화했고, 준수한 수비율(0.975)을 기록했다. 하지만 타격 성적이 너무 안 좋았다. 규정타석을 채운 53명 중 가장 낮은 타율(0.223)을 기록했다. 출루가 줄어들다 보니 특기인 도루도 급감했다. 2019시즌 대비 24개 줄었다.
올 시즌도 공격력은 저조하다. 지난주까지 나선 102경기에서 타율 0.240을 기록했다. 리그 46위. 도루도 6개뿐이다. 타석에서의 성장세가 더딘 상황에서 수비까지 빈틈이 생겼다. 박찬호는 지난 시즌에도 9월 이후 실책 5개를 기록하며,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KIA는 지난달 열린 1차 지명에서 강속구 우완 투수 문동주(진흥고) 대신 '5툴 플레이어'로 평가받은 내야수 김도영(동성고)을 선택했다. 내야 보강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KIA 팬은 김도영이 공수를 겸비한 '제2의 이종범'으로 성장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3시즌(2019~21) 동안 주전을 지킨 박찬호와 데뷔도 하지 않은 고교생을 직접 비교할 순 없다. 하지만 박찬호도 위기감이 필요하다. 수비만큼은 기복 없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올 시즌 KIA의 남은 30경기는 그에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