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김병현(35·KIA)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다. 2012년 국내 무대에 복귀한 뒤 좀처럼 제 모습을 찾지 못하며 고전했던 그는 올해 달라진 모습으로 KIA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스스로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변화는 지난 4월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넥센에서 뛴 김병현은 트레이드를 통해 고향팀 KIA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후 주로 선발로 나서면서 예전의 구위를 찾아가고 있다. 달라진 비결에 대해 김병현은 "마음은 늘 똑같았던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다른 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넥센에서는 주문 받은 걸 하려고 노력했다. KIA에서는 나에게 맡겨 주셨다"고 말했다.
문제를 스스로 풀어갈 시간이 주어지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떠오른 것이다. 그는 "넥센에 있을 때는 주자가 나가면 뛰니까 퀵 모션을 빨리 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내 공을 못 찾고 있었는데, 퀵 모션까지 신경 쓰니 더 안 됐던 것 같다. '내 것'이 없이 겉모습만 따라하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KIA에서는 조금 달랐다. 김병현은 "여기선 주자가 뛰는 건 신경쓰지 말고 '네 공을 먼저 찾아라'고 하더라. 혼자 생각을 하고, 준비를 하니 달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공을 찾으면서 문제로 지적 받았던 퀵 모션도 조금 더 빨라졌다.
KIA는 최근 어려운 4강 싸움을 하고 있다. 우천 연기로 일정도 꼬였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베테랑인 김병현의 역할이다. 그는 치열한 4강 다툼 속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묻자 "자기 것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인터넷이나 기사, 댓글 같은 건 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은 어수선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보면 동요될 수 있다. 자기 것만 하다 보면 결과가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4강에 대한 의지도 굳건하다. 그는 "갈 때까지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팀 선수들 다 열심히 하고 있다. 후회하지 않게 하려고 다들 열심이다. (4강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누구 하나는 넘어뜨려야 되지 않나"라고 단단한 각오를 전했다.
우천 연기로 인해 계속 선발 등판이 밀린 김병현은 27일 넥센전에서 구원 투수로 나와 2⅔이닝 동안 1피안타(1홈런)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8회 말 강정호에게 홈런 한 방을 내줘 패전투수가 됐지만 "아직 안 끝났다"는 그의 말처럼 역투를 펼쳐 눈길을 모았다. 그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8월 들어 3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2.79로 호투 중이다. "갈 때까지 해봐야 한다"는 자신의 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