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지난 17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1' 10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이번 승리로 승점 15를 쌓은 제주는 리그 4위까지 올라섰다. 3위 수원 삼성과 승점이 같고, 다득점(수원 12골·제주 11골)에서 한 골 차가 날 뿐이다.
시즌 개막 전 제주가 이렇게 선전할 거라고 예상한 축구 관계자는 거의 없었다. 2부리그에서 승격한 팀은 자연스럽게 '강등 1순위'로 지목되기 마련이다. 제주는 달랐다. 함께 승격한 수원 FC가 강등권(11위)에 머물러 있는 것과 비교가 된다.
제주 돌풍의 원동력은 '주민규 효과'다. 주민규는 K리그1 토종 최고 공격수로 우뚝 서고 있다. 인천전에서 2골을 기록한 그는 4경기 연속 골을 성공했다. 올 시즌 5골로 국내 선수 1위다. 외국인 스트라이커 일류첸코(전북 현대·7골)에 이어 2위다.
주민규가 골을 터뜨리기 시작하자 제주는 상승세를 탔다. 그는 7라운드 수원 FC와 경기에서 시즌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 팀은 1-2로 졌다. 주민규는 1-2로 뒤진 후반 막판 극적인 동점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 골은 인정받지 못했다. 비디오 판독(VAR)은 핸드볼 파울을 선언했다.
이후 이 판정이 오심으로 드러났다. 오심으로 경기를 내줬지만, 제주는 주민규의 첫 골에 위안을 삼았다. 예열을 마친 주민규는 '골 폭죽'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8라운드 강원 FC전에서 골을 넣은 뒤 9라운드 수원 삼성전에서도 골을 성공했다. 이어 인천전에서는 수원 FC전에서 오심으로 실패했던 시즌 첫 멀티 골을 작성했다. 주민규가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린 제주는 2승1무 성적표를 받았다.
주민규는 시즌 5호골 달성 뒤 "내가 잘한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선수들이 많은 찬스를 내줬다. 내가 더 집중했더라면 진작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더 많이 넣지 못해서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며 "동료들이 연속 골 신기록을 쓰자고 응원을 해줘 더 힘이 났다. 앞으로 경기가 많이 남아있다. 더 높은 위치에 설 수 있도록 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제주에서 2018시즌 경남 FC의 향기가 난다. 1부리그 승격 팀이었던 경남은 돌풍을 넘어 파란을 일으키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 중심에는 간판 공격수 말컹이 있었다. 그는 26골로 득점왕을 차지했고, MVP까지 석권했다. K리그에는 '말컹 신드롬'이 일어났다. 승격 팀도 최상위권에 포진할 수 있다는 걸 경남이 증명했고, 제주가 이런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말컹이 그랬듯, 돌풍이 파란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주민규의 역할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