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싱가포르를 꺾고 2020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 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열린 2차전에서 인도네시아는 정규시간 90분을 2-2로 비긴 뒤, 연장전에서 4-2로 이겼다. 1차전에서 1-1로 비긴 인도네시아는 싱가포르를 1·2차전 합계 5-3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스즈키컵은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동남아 최고 권위 대회다.
대회 준우승만 5차례 기록한 인도네시아는 신태용 감독의 지휘 아래 사상 첫 우승 가능성에 들떠있다. 신 감독은 2019년 12월 인도네시아 지휘봉을 잡고 단기간에 동남아 강팀으로 끌어올렸다. 인도네시아 팬 사이에선 '신태용 열풍'이 분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성인대표팀 뿐만 아니라 20세 이하(U-20)과 U-23 대표팀 감독 등 3팀을 동시에 맡고 있다.
한국 출신 프로 팀 사령탑으로는 싱가포르 프리미어리그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를 지휘하는 김도훈 감독이 능력을 인정받았다. 라이언 시티는 지난 10월 2021 싱가포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라이언 시티가 우승한 것은 전신인 홈 유나이티드 시절인 2003년 이후 무려 18년 만이다. 2020년 라이언 시티로 이름을 바꿔 창단한 뒤로는 첫 우승이다.
지난 6월부터 라이언 시티 지휘봉을 잡은 김도훈 감독은 7경기에서 무패(3승 4무)를 이끌며 팀이 우승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싱가포르 리그는 총 8개 팀이 21라운드 풀리그를 통해 우승 팀을 가린다. 김도훈 감독도 프로 사령탑으로 처음 우승하는 기쁨을 누렸다. 원조 동남아 명장은 베트남의 박항서 감독이다. 2017년 베트남 대표팀과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곧바로 '박항서 매직'을 몰고 왔다. 단숨에 선수단을 장악하고, 엄격한 훈련으로 선수 기량을 끌어올렸다.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의 역대 첫 준우승을 이끈 그는 같은 해 아시안게임에서는 베트남의 첫 4강 진출을 일궜다. 성인 대표팀은 2018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이번 대회에선 태국에 막혀 4강 탈락했다.
동남아를 잘 아는 관계자는 "동남아 선수 중 상당수는 재능은 있지만, 고강도 훈련을 즐기지 않는다. 워낙 자유분방한 성향이라서 통제도 쉽지 않다"면서 "한국 사령탑의 강점은 선수들이 우러러볼 수 있는 현역-지도자 커리어를 갖춰서 선수단 장악이 되는 데다 한국식 체계적인 훈련으로 전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고 분석했다. 박항서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당시 코치, 신태용 감독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을 이끌었다. 또 김도훈 감독은 지난해까지 K리그 강팀 울산 현대를 지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