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있는 그녀'는 JTBC 개국 최고시청률인 9.9%까지 치솟았다. 그 중심에는 배역 이름처럼 우아한 연기를 보여 주고 있는 김희선이 있다. 실제로 김희선만큼 똑 부러지고 당찬 캐릭터 그대로다. 방송 때마다 화제의 연속이고 '김희선 패션' '김희선 메이크업' 등 유행을 이끈다. 과거에도 '김희선 머리띠' '김희선 핀'이 유행했는데 또다시 반복이다.
'품위있는 그녀'로 또다시 전성기가 찾아왔다지만 정작 본인은 덤덤하다. "'앵그리맘' 때도 그랬고 늘 그랬어요. 매번 재평가되고 전성기가 찾아왔다고 하고요. 맞는 말이기도 하고요. 다 관심이잖아요. 감사하죠."
누가 김희선 같은 아내를 두고 바람 필 수 있으랴. 드라마니까 가능한 내용이다. "나 같은 사람을 두고 어떻게 바람을 피워요. 그래서 그런지 남편도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박복자 죽인 사람이 누구냐'고 묻더라고요. 한참 안 가르쳐 주다가 계속 조르길래 알려 줬어요."
예능감도 좋다. tvN '섬총사'로 섬을 투어 중이고, 어른들의 사랑 역시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SBS '미운 우리 새끼' 스페셜 MC로 투입됐다. 1회 출연이었지만 반응은 엄청났다. "나한텐 시어머니 4명과 방송하는 것만큼 긴장됐거든요. 막상 가니까 너무 반겨 주셔서 좋았어요."
주량을 묻자 오히려 되묻는다. '서너 병 마신다는' 기자의 대답에 "양주 말하는 거죠? 소주 세 병? 장난해"라며 꾸짖는다. 많은 여배우들과 취중토크를 진행했지만 이런 여배우는 처음이었다. "취중토크잖아요. 술 안 마실 거면 응하지 말아야지. 오늘 제대로 한 번 살려 봅시다." 3시간을 말하고도 모자랐는지 "나중에 인터뷰 말고 따로 만나요. 할 말 많으니까"라며 떠났다.
>>②편에 이어
- '제8의 전성기'라고 스스로 칭했어요. "처음엔 작품을 할 때마다 '재발견'이라는 말을 들으니 '대체 무엇이 재발견이냐. 내가 이전에 그렇게 못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싫었어요. 근데 새로운 면을 보여 주니까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거라고 좋아하라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20년 넘게 이 일을 했는데 못하면 어떻게 이 일을 하고 있겠어요. 어느 정도 밥벌이는 하고 사니까 여기에 있는 거죠. 한 가지 걱정됐던 건 '품위녀'보다 '섬총사'가 먼저 방송됐는데 너무나 상반된 이미지니까 작품에 피해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근데 요즘 시청자들은 예능은 예능으로 봐 주고,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 주더라고요. 이젠 그 걱정은 내려놨어요."
- '섬총사'에서의 모습이 자유로워 보여요. "진짜 노는 거예요. 김희선으로 노는 거죠. 연출을 할 필요도 없고. 싫으면 싫은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놀아요. 술 한 잔도 하고요. 100% 리얼의 나니까요. 처음엔 리얼 예능에 너무 센 호동 오빠랑 가니까 걱정했는데 역시 국민 MC는 다르더라고요. 베테랑 MC니 저의 모자란 부분을 다 채워 주더라고요."
- '섬총사' 식구들도 '품위녀'를 보나요. "호동 오빠가 자기 나오는 건 안 봐도 '품위녀'는 본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안 봤다고 하면 나한테 혼날까 봐 모니터링도 해요."
- 여자 게스트가 나오는 건 좀 꺼리겠어요. "막고 있어요.(웃음) TV를 켜면 나오는 아이돌이 나오면 우리끼리의 '섬총사'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다르타냥으로 나와 줬던 (김)뢰하 오빠가 너무 좋았어요. 센 캐릭터만 연기했었는데 섬에서 어머님들과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여자 게스트는 안 나오는 게 좋겠어요. 요리 잘하는 여자 게스트가 나오면 밀리거든요."
- '미운 우리 새끼' 출연도 화제였어요. 어머니들 반응이 상당하던데. "사실 긴장한 상태로 갔거든요. TV로 봤을 때 어머니들이 MC나 게스트에게 호통 치는 걸 봐서요. 시어머니 네 분을 동시에 만나는 기분이랄까. 다른 사람들과 색다르게 입장하고 싶어서 '짠' 하고 등장했어요. '미우새'는 어머니들에게 게스트를 모르게 하는데 특히 예민해요. 혹시라도 알게 되면 어머니들은 연기를 못하니까요. 그래서 대기실도 따로 쓰더라고요."
- TV로 봐도 어머니들이 좋아하는 게 느껴졌어요. "(김)건모 오빠나 (박)수홍 오빠 모두 어릴 때 같이 활동하던 사람들이니까요. 그래서 어머니들이 더 반가워했고요. 싫으면 싫다고 하는 분들인데 너무 좋아해 줘서 기뻤죠."
- 녹화는 순조로웠나요. "5~6시간 진행했는데 사실 힘들죠. 저희도 힘든데 어머니들은 오죽할까요. 3시간이 넘어가니 어머니들이 말수가 줄어들고 어떤 분은 졸더라고요.(웃음)"
- 술 선물도 특이했어요. "술은 어머니들이 아니어도 누군가는 먹으니까 샀어요. 그런데 그날 분위기로는 누구 안 주고, 어머니들이 마실 거 같아요."
- 고정출연 요청이 상당해요. "워낙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내가 아니더라도 나갈 사람이 많을 걸요. 또 (신)동엽 오빠와 예전에 '화신'을 한 번 했는데 잘 안됐거든요.(웃음)"
- 실제 남편도 '품위녀'를 챙겨 보나요. "광팬이에요. 너무 좋아해요. 어젠 '박복자 누가 죽였냐'고 아주 심각하게 물어보더라고요.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심각하게 질문하며 스무 고개를 하더라고요. 모니터를 해 주면서 이렇게 심각한 고민을 하는 건 처음 봤어요. 주위 사람들이 좋아해 주면 진짜 좋은 거잖아요. 오빠가 이렇게 디테일하게 질문을 한 건 처음이에요. 거의 취조 수준이었어요."
- 딸 연아도 엄마가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보나요. "아직 산타를 믿는 아이예요. 순수한 아이라 극 중 딸을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왜 저기에 엄마 딸이 또 있지? 저 언니는 누구지'라고 생각하면서 극 중 나와 현실의 나를 혼동하더라고요. 예능을 볼 땐 '엄마다' 그러는데 드라마는 혼동해서 잘 안 보여 주려고 해요. 나중엔 전혀 신경 쓸 문제가 아니겠지만, 지금의 연아 나이엔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괜한 트라우마가 안 생기도록 하려고요. '섬총사'는 연아 친구들이 챙겨서 보고 '너희 엄마 재밌어. 예쁘더라' 이런 말을 해 주니 연아가 더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면이 있어요. 연아가 좋아하니까 기분이 좋아요."
-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 있나요. "tvN 주말극 '비밀의 숲' 팬이었어요. 조승우씨가 원래 연기를 잘하는 건 알았는데 진짜 팬이 됐어요. 배두나씨도 잘하고. 정말 재밌더라고요."
- 배우와 엄마 그리고 아내 중 가장 어려운 건 뭔가요. "엄마는 9년째고, 배우는 20년이 넘었고, 아내는 11년째예요. 제일 오래한 게 쉽죠. 엄마가 제일 어려워요. 남편은 제가 못하더라도 남편이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아이는 100% 다 제 힘을 쏟아야 해요. 그래서 엄마가 제일 힘들어요. 요즘 엄마가 되고 싶어도 못 되는 사람들이 많고 되기 싫어도 되는 사람들이 있어요. 엄마란 단어가 그렇게 쉬운 단어는 아니에요. 자신의 말대로 되지 않는 게 엄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