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전구장에서는 KIA와 한화의 8~9위 싸움이 벌어졌다. 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KIA는 13일 2연전 첫 경기에서 3-1로 승리, 아시안게임(AG) 휴식기까지 8위를 이어가게 됐다. 그러나 한화와 1.5경기 차이. 시즌 끝까지 탈꼴찌 경쟁을 벌일 처지다.
KIA는 해태를 포함해 팀의 10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2009년 이후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2010년 정규시즌 5위(59승74패, 승률 0.444), 2011년 4위(70승63패, 승률 0.526), 2012년 5위(62승65패6무, 승률 0.488), 2013년 8위(51승74패3무, 승률 0.408)에 그쳤다. 지난 7월까지 5~7위권을 꾸준하게 지켜오며 4강 싸움에 불씨를 지폈던 KIA는 8월 이후 패가 늘어나며 14일까지 115경기에서 49승 66패, 승률 0.426을 기록 중이다. 올해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3년 연속 실패하게 된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특정 감독이 임명됐다고 해서, 혹은 선수 한 두 명이 이탈했다고 해서 상위 클래스에 있던 구단이 불과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무너지지 않는다. 야구 기술이나 현상만으로는 짚을 수 없는 내재적 균열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현역에서 은퇴한 타이거즈 출신 스타 플레이어 3명에게 KIA의 추락 이유를 들었다. 그들은 "타이거즈의 몰락은 어느 소수의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KIA 선수단에는 해태와 KIA를 포함해 타이거즈에서 데뷔하고 성장한 프랜차이즈 출신 '베테랑'이 거의 없다. 지난해까지 팀의 정신적 리더였던 김상훈과 유동훈은 시즌 중반 은퇴, 코치 전환을 모색 중이다. 2008년 미국에서 KIA로 복귀한 서재응은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 있다. 20대 후반 선수를 봐도 마찬가지다. 1군에서 활발하게 경기에 나서는 선수 중 타이거즈에서 입단해 쭉 한 팀에서 활약한 이는 안치홍과 나지완 정도다. 최근 선발 라인업을 꾸리는 선수는 대부분 이적생으로 채워져 있다.
현재 선수단 내 실질적 리더는 주장 이범호와 박기남이다. 이범호는 한화와 일본 소프트뱅크를 거친 뒤 2011년 FA로 KIA에 입단했다. 박기남 역시 LG 출신으로 2009년부터 KIA 유니폼을 입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선수단을 이끄는 선수들은 보통 30대 초반에서 30중 후반의 나이다. 다른 팀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유독 KIA는 이 나이대 선수 중 프랜차이즈 출신이 없다. 이런 부분이 계속 쌓이다 보면, 팀이 갖고있는 끈끈한 고유 분위기가 약해진다"고 말했다.
타이거즈 출신의 은퇴선수 C 역시 해태와 KIA에 뿌리내린 선수가 없는 것을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했다. 그는 "선수단 내에서 처음부터 그 팀에서 입단한 고참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KIA 선수단에는 후배들을 이끌 프랜차이즈 출신 현역 선수가 거의 없다. FA선수나 이적생도 열심히 한다. 그러나 성적 말고도 팀을 모아줄 하나로 모아줄 KIA출신의 베테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몇명 남지 않은 베테랑을 배려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C는 "베테랑들이 팀에서 중심을 잡으려면 혼자서는 어렵다. 그러려면 구단 프런트, 코칭스태프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 여기도 조직인데 후배들도 보면 이 선배가 팀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지 아닌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