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훈 감독은 데뷔작으로 박스오피스 1위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 봤다. 소지섭과 손예진의 이름을 업고 주목받는 것 같았건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장훈이라는 이름 세 글자도 선명히 보이는 작품을 통해서다. 일주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1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이장훈 감독의 데뷔작이다.
동명의 일본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많은 관객들이 이미 결말을 다 알고 있는 '강제 스포일러'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선택했다. 최근 일본 원작을 영화화한 여러 사례들 가운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흔치 않게 한국 정서가 아주 잘 스며들어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 바뀐 인생을 살고 있다. 개봉 전부터 차기작 이야기가 오가고, 소지섭과 손예진이라는 두 톱 배우의 마음을 얻었다. "하루 2시간을 자고 인터뷰 강행군을 뛰어도 마냥 신기하고 즐겁기만 하다"는 그다.
-데뷔작이다. 흥행 욕심이 있나. "설렌다. 그냥 솔직히 잃을 게 없다. 가진 게 없어서다.(웃음) 마냥 즐겁다. 여러편 연출했거나 성공한 작품을 내놓은 다음 하는 거라면 전작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텐데, 난 아니니까. 오히려 할 일을 다 하고 나니 편해졌다. 이제는 기다리는 것밖에 할 게 없다. 흥행 욕심이야 당연히 생긴다. 물론 개봉 당시 상황이 어떨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니까 불가항력적인 문제인 것 같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투자하신 분들에게 손해가 가지 않는 선까지는 갔으면 좋겠다."
-제작비를 많이 들이지 않는 편인가. "제작비 문제는 PD님과 상의하려고 했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기본적으로는 스케줄에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한다. 꼭 쓸 것만 찍자는 주의다. 이런 점 때문에 주변에서 걱정하기도 했다. 나는 신인감독이고 마냥 시간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경제적을오 뽑아내려고 한다."
-긍정적인 성격이다. "평소 긍정적으로 살려고 한다. 나도 과거엔 날카롭게 예민하고 계획대로 안되면 못 견디는 성격이었다. 그런 면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겪다보니 그렇게 사는 게 스스로 너무 힘들더라. '그렇게 안달하면서 산다고 해도 세상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구나'를 많이 느꼈다. 모든 걸 다 쥐고 있으려면 손에 힘이 풀려버리는 거다. 그런 마음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조금은 더 편안하게 만들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멜로는 충무로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장르다. 그럼에도 도전했다. "다들 '멜로 나올 때가 되긴 했어' 그런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잘 되겠어?'라고 반문한다. 그러나 나는 이 이야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결국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이야기의 힘이 있어야 한다. 배우나 연출, 음악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심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