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신임 KBO 총재는 지난 3일 열린 취임사에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으로도 프로야구가 성숙할 수 있는 방향을 고심하겠다"고 했다. 구본능 전 총재도 "재임 기간 동안 여러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며 온전히 내실을 다지지 못한 아쉬움을 전했다.
프로야구 전·현직 수장이 입을 모아 '질적 성장'을 화두로 던졌다. 문제 의식이 반영된 발언이다. 프로야구는 출범 36년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줬다. 원년(1982년)에 5995명에 불과했던 경기당 관중 수는 2008년에 1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는 역대 최다 관중(840만688명)을 동원했다.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선 연간 700억원이 넘는 돈이 투자된다. 중계권료도 전통 방송과 뉴미디어 시장을 포함해 5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구단은 '만성적자'에 시달린다. 여전히 모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오래전부터 자생력이 강조됐다. 마케팅 활동으로 돌파구를 찾기도 했다. 성과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얽히고설킨 구조 탓에 탄탄한 수익 모델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뉴미디어 사업이 대표적이다. 중계권 대행사인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가 재판매 권한을 갖고 있다. 구단조차 영상 소스를 상품화하는 데 제약이 있다.
전통적인 수익 모델에서도 수익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관중 수 증가를 장담할 수 없다. 수많은 콘텐트가 생산되는 시대다. 축구, 농구가 아닌 문화 전체와 경쟁한다. 심지어 인구 절벽 시대다. 관중 1명당 평균매입액을 뜻하는 객단가도 증가세가 더딘 편이다.
2016년 처음으로 1만원을 넘겼지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마저도 각 구단의 사정이 다르다. 신축 구장으로 들어간 구단은 좌석의 가치에 차이를 둬 수익 증대를 노린다. 하지만 몇몇 구장은 리모델링조차 쉽지 않다. 롯데는 시설이 노후화된 사직구장을 홈으로 쓴다. 2016년 관중 동원(85만2639명)은 4위를 기록하고도 객단가(6766원)는 가장 적었다. 잠실구장에도 그 흔한 '스카이박스'가 없다.
수익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 투자는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데 더 집중될 수밖에 없다. 선수 영입이 일례다. 억대 연봉자가 쏟아지고 있다. 100억원이 넘는 몸값을 받고 FA 계약을 한 선수도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최저 연봉 수준을 받는 선수가 훨씬 많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구단의 투자가 몇몇 선수에게 집중된 탓에 2군 선수들의 처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쓴소리했다. 미래를 대비하고 2군 시설에 투자하는 구단도 있지만 아직 전 구단에 해당하는 얘긴 아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몸값뿐 아니라 기량도 양극화를 피할 수 없다. 안 그래도 10개 구단 체제와 함께 선수단의 평균 기량이 과거보다 떨어졌다는 평가다. 영원한 화두인 '경기력 개선'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야구계 원로들이 입을 모아 "신임 총재가 2군 처우 개선과 아마 야구 활성화를 지원해 달라"고 말하는 이유다.
야구단은 더 이상 모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수익을 내야 한다. 기존 구조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미래지향적인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각 구단의 이해관계와 입장은 제각각이다. KBO는 수단의 수익 개선을 지원하면서도 리그 전체의 건강한 발전 방향을 이끌어야 한다. 한국 야구의 부흥을 이끈 스타플레이어들이 한두 명씩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는 상황. 관중 수 증가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