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흥행보증수표는 없다. 욕심내지 않았다. 최약체를 인정하면서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 끝에 꽃길이 펼쳐졌다. 여름시장 충무로와 대작들에 통쾌한 한 방을 먹인 영화 '청년경찰(김주환 감독)'의 흥행은 그래서 더 반갑다.
'청년경찰'은 30일을 기점으로 누적관객수 500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30일까지 총 누적관객수는 504만5203명. 개봉 22일 만에 이룩한 쾌거다. 특히 '청년경찰'은 500만 돌파와 동시에 '택시운전사'를 꺾고 박스오피스 2위로 역주행, 겹경사를 맞는 기쁨도 누렸다.
빨리 달리려 하지 않았고 묵묵히 찾아오는 관객들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개봉 후 단 한 번도 1위 자리에 오른 적 없는 것이 놀라울 만큼 '청년경찰'은 2·3위 전략을 펼치며 얻고자 했던 모든 것을 다 이뤘다.
당초 5월 개봉 예정이었던 '청년경찰'은 개봉이 한 차례 미뤄진 후 하반기 개봉을 염두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여름 개봉을 추진했던 300억 대작 '신과함께(김용화 감독)'가 겨울로 개봉이 늦춰지면서 '청년경찰'은 땜빵 아닌 땜빵용 영화로 여름시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자리에 등판했다. 타이밍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손익분기점 돌파를 기본 목표로 친다면 관계자들 역시 1차 목표이자 최종 목표를 300만 정도로 잡았던 작품이다. 그 만큼 여름시장에 등판하는 경쟁작들이 강했고, '청년경찰'은 제작비·스케일·스토리·장르·배우 등 모든 면에서 약체로 꼽힐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청년경찰'은 그 기준점을 바꿔 버렸다. 역시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절대 속단해서는 안 될 흥행이다. '군함도'의 몰락과 함께 '택시운전사'와 함께 달리기 시작한 '청년경찰'은 올 여름 유일무이한 오락영화로 관객들의 답답한 속을 뻥 뚫어지게 만들었다.
흥행 요인은 '청년경찰' 그 자체다. 경쟁작들과 달리 젊고 트렌디한 매력을 강점으로 개성 강한 두 청년 캐릭터, 패기 넘치는 액션,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유머 등이 관객들의 환심을 샀다.
무엇보다 박서준·강하늘 콤비의 시너지는 예상했던 그 이상의 효과를 내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배우들의 힘이 없었다면 '청년경찰'의 힘도 떨어졌을 터.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나 갖춰진 연기력은 물론, 열정 넘치는 내공을 터뜨린 만큼 박서준·강하늘의 충무로 내 입지 역시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모든 것은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퍼져 나갔다. '청년경찰' 500만의 주역은 결국 관객이다. 팍팍한 생활 속에서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잊고 신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청년경찰'에 재관람 열풍까지 돌았다.
물론 영화의 재미를 위해 이용된 몇몇 소재와 과장된 스토리는 일부 관객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흥행과는 별개의 문제다. 반드시 되짚어 봐야 할 지점이다.
결과적으로 완벽한 판정승이다. '군함도'를 이겼다. 1000만 돌파에 성공한 '택시운전사' 다음으로 흥행의 맛을 본 '청년경찰'이다. 지난해 '럭키'에 이어 '잘 만들면' 코미디 영화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시켰다. 시작은 미약해도 끝은 창대했다.
'청년경찰'이 성공하면서 영화계 분위기도 달라졌다. 여름시장에는 무조건 대작만 내보내야 한다는 암묵적인 약속도 깨질 것으로 보이며, 300~500만 허리라인 영화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지난 몇 년간 사랑받았던 장르의 유행도 서서히 저무는 추세다.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는 따로 있다. '청년경찰' 등 허리라인 영화들의 성공으로 향후 다양하고 질 좋은 영화들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