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이인자는 기억될 수 있다. 역대 2위 기록에서 발걸음을 멈춘 손승락(38)은 어떨까.
손승락이 은퇴했다. 오피셜이다. 롯데 구단이 7일 오후 발표했다. 선수는 "후배들에 길을 열어주며 정상의 자리일 때 내려오길 원했고, 이제는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다"고 은퇴 의사를 전했다. 전 소속팀 히어로즈와 롯데 구단, 그리고 팬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구단은 "선수의 뜻을 존중하며 은퇴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했다. 손승락과 롯데 구단은 그동안 FA(프리에이전트) 협상을 했고, 진통이 있었다.
공교롭다. 손승락은 동갑내기 오승환(삼성)과 통산 세이브 기록을 두고 경쟁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롯데 마무리투수가 불명확하기에 잔류한다면 보직 고수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해외 도전을 마치고 친정팀 삼성에 복귀한 오승환은 해외 도박 관련 징계(72경기 출장 정지)를 이행해야 한다. 2위(271개)인 손승락이 2020시즌 전반기 안에 오승환의 1위(277개) 기록을 넘어설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통산 2위로 남았다.
오승환이 통산 300세이브를 넘어서고 범접할 수 없는 역대 1위에 올라선다는 가정을 해도, 손승락은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대에 뚠 투수고 동갑내기다. 무엇보다 마무리투수, 불펜 투수의 위상이 높아졌을 때 소속팀을 강팀 대열로 이끌었다. 연관 검색어다.
임창용(전 KIA), 김용수(전 LG), 구대성(전 한화), 진필중(전 두산) 등 레전드 클로저의 통산 세이브 기록을 넘어선 업적만으로도 회자될 수 있는 투수다. 그러나 통산 2위 기록마저 내준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3위는 기억되지 않는다.
이제 현역 2위가 된 선수는 한화 마무리투수 정우람(35)이다. 지난 시즌까지 165세이브를 기록했다. 역대 2위까지는 107개가 남았다. 정우람은 노쇠화 우려가 적은 기교파 투수다. 한국 나이로 35살이던 2019시즌에는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한화가 FA(프리에이전트) 계약으로 4년을 안긴 점이 그의 미래 가치를 대변한다. 연평균 25~27세이브를 기록하면 2위 기록에 근접하거나 넘어선다.
현역 3위 기록은 NC 마무리투수던 임창민(35)이 기록한 94개다. 현역 선수 가운데 손승락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 투수는 정우람이다.
물론 특유의 역동적인 투구폼과 연구하는 자세, 롯데에서 써내려간 새드 엔딩은 야구팬의 기억을 자극할 요인이다. 지난 네 시즌 동안 그의 능력에 대한 이견이 분분했고, 협상 결렬 뒤 은퇴라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지만, 손승락은 좋은 투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