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뉴욕타임스는 16일(한국시간)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도핑 방지 연구소에서 제공한 발리예바 샘플에는 금지 약물인 트리메타지딘 외에 금지 약물이 아닌 하이폭센과 엘카르니틴 등 두 종류의 약물도 함께 검출됐다'고 전했다. 협심증 치료제인 트리메타지딘은 경기력 향상에 영향을 줄 수 있어 2014년부터 금지 약물로 지정됐다. 뉴욕타임스는 '발리에바와 같은 어린 선수의 샘플에서 여러 물질이 발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트래비스 타이가트 미국반도핑기구 최고경영자는 "두 가지는 허용되고 1개만 허용되지 않는 약물"이라며 "다만 (세 가지를 조합하는 건) 지구력을 높이고 피로를 줄이며 산소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그에 따르면 엘카르니틴은 경구 복용이 허용되지만 정맥 주사 등으로 주입하는 건 금지되고 있다. 발리예바가 약물을 복용한 방법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발리예바는 지난 7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피겨 단체전 시상식이 무기한 연기되더니 나흘 뒤인 11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발리예바가 약물 검사에서 양성을 보였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된 게 화근이었다.
발리예바의 도핑 적발 소식을 전해 들은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지난 9일 발리예바에 잠정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발리예바가 이의를 제기하자 정지 처분을 철회했다. IOC는 지난 11일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등과 함께 RUSADA의 결정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하지만 CAS가 이의 신청을 기각하면서 발리예바의 여자 싱글 출전 길이 열렸다.
발리예바는 15일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30명의 선수 중 1위(82.16점)를 차지했다. 17일 프리스케이팅 결과에 따라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지만, IOC는 발리예바가 메달을 따면 시상식을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