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했던 LG 선발진이 산뜻하게 출발하고 있다. 류지현 LG 감독은 "개막 세 경기 모두 선발 투수가 정말 잘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LG는 3승 1패를 기록한 개막 후 4경기 동안 선발진 평균자책점 0.48을 기록하고 있다. 단연 1위다. 선발진 ERA 2위 두산(2.61)과도 격차가 크다. 선발 로테이션이 아직 한 차례도 돌지 않았으나, 리그 평균(3.97)보다 훨씬 낮다.
시즌 직전까지 LG 선발진은 물음표가 가득했다. 임찬규와 이민호가 부상으로 이탈, 갑자기 선발진에 두 자리가 비었다. 수술 이력이 많은 정찬헌도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차우찬은 복귀가 요원하다. 마운드 보강을 끊임없이 추진한 LG가 개막을 코앞에 두고 트레이드까지 한 이유다. 두산과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양석환과 남호를 내주고 함덕주와 채지선을 데려왔다.
시범경기 기간 평균자책점 6.14로 흔들렸던 케이시 켈리가 스타트를 잘 끊었다. 시즌 첫 등판에서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4일 NC전 5이닝 1실점으로 팀의 2-1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입단부터 기대를 모은 앤드류 수아레즈는 3월 실전경기(9이닝 무실점)에 이어 강렬한 정규시즌 데뷔전을 소화했다. 6일 KT와 경기에서 5회 2사까지 노히트 노런 투구를 펼치는 등, 이날 6이닝 동안 단 1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첫 투구였다. 이어 정찬헌까지 7일 경기에서 5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LG 선발진의 호투 릴레이를 이어갔다. 불펜진이 무너져 3-7 역전패를 당했지만, LG 선발진의 시즌 초반 무서운 기세를 선보였다. 셋 다 5이닝 이상-1실점 이하 호투를 펼쳤다.
임시 5선발로 나선 이상영은 8일 수원 KT전에 데뷔 첫 선발 등판해 2⅔이닝(투구 수 67개)만에 강판됐다. 피안타는 1개 뿐이었지만 4사구(5개)에 발목이 잡혔다. 하지만 그 역시 무실점 투구를 했다. 3회 2사 1·2루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김윤식이 이상영이 남겨 놓은 승계주자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4⅓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잘 던졌다.
곧 임찬규와 이민호도 1군 복귀 예정이다. 임찬규는 6일 SSG와 퓨처스리그에 선발 등판해 4이닝 1피안타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54개. 다음날 이민호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4사구를 4개 내줬으나 통증 없이 등판을 마쳤다.
류지현 감독은 지난 3일 두 선수에 대해 "복귀까지 한 달가량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2군에서의 경기력을 보고 콜업 시기를 정하겠다"라고 했다. 퓨처스리그 등판을 마친 7일에는 "던지고 난 뒤 몸 상태를 봐야 한다. 다음 주에 1군에 올라오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걱정한 것보다 이른 복귀도 가능한 것으로 내다본 것. 임찬규와 이민호가 몸 상태를 끌어올려 로테이션에 합류하면, LG 선발진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선발 투수에게 돌아가며 휴식을 주고, 컨디션을 조절하도록 배려할 수도 있다. 또한 대체 자원 확보로 비상 상황에도 대처가 가능하다.
LG는 이제 9일 SSG전에 선발 등판하는 함덕주에 주목한다. 선발진 공백 속에 트레이드로 영입한 함덕주까지 선발진에 자리 잡으면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는 컨디션 점검 차 마운드에 오른 지난 4일 NC전에서 켈리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LG 이적 후 첫 등판에서 승리 투수를 신고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9일 투구 수는 70~80개 예정. 함덕주는 "잘하고 싶은 욕심이다.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