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가장 힘든 포지션으로는 포수가 꼽힙니다. 마스크와 프로텍터, 가드 등 4㎏에 육박하는 장비로 무장하고 3시간 이상 200회 이상 쪼그려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합니다. 그 힘든 노동을 수십 년간 해왔습니다. 이제 그 무거운 장비와 짐을 내려놓을 시간이 점점 다가옵니다. 삼성 진갑용(40)에게 이번 넥센과의 한국시리즈(KS)가 더 간절한 이유입니다. 그는 "나에게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으니까…"라고 말합니다.

포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선수 생명이 짧은 편입니다. 한 경기를 소화하고 나면 몸무게가 2~3㎏나 줄어들 만큼 힘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성의 홈인 대구구장은 인조잔디에다 무더위 탓에 여느 팀보다 훨씬 힘듭니다. 우리나이로 41세인 진갑용은 그 힘든 시간을 견뎌왔습니다. LG 이병규(등번호 9)와 함께 올 시즌 1군에서 뛴 현역 최고령 선수이자, 최고령 포수입니다.
진갑용은 부산고-고려대를 졸업하고 1997년 두산(당시 OB)에 입단했습니다. 99년부터는 삼성에서 쭉 활약했고, 베이징올림픽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국가대표 안방마님으로 뛰어왔습니다. 통산 18시즌 동안 1784경기에서 타율 0.275-151홈런-743타점을 기록했습니다. 포수로는 김동수, 박경완에 이어 세 번째로 1700경기 출장 기록도 갖고 있습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그도 지난해부터 출장 시간이 점점 짧아졌습니다. 몸은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부상 속에 점점 경기 출장이 줄어들었고, 구단에선 세대교체를 준비했습니다. 2013시즌 종료 뒤엔 구단으로부터 플레잉코치직을 제안 받았습니다. 그러나 선수 연장 의지 속에 연봉 삭감을 받아들이고 계약했습니다. 올해는 4월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10월에야 1군 엔트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 역시 "이렇게 오래 빠져 있던 적은 처음이다"라며 "안 아픈 곳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때문에 이번 KS 출장은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1군에 돌아오자마자 어김없이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그리고 기량과 경험을 인정받아 극적으로 KS 엔트리에 합류했습니다. 진갑용은 훈련 중인 선수들을 바라보며 "저 친구들은 또 기회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으니까…"라고 작게 속삭입니다. 그는 "7번째 우승반지를 꼭 끼고 싶다. 우승은 해도 해도 욕심나는 것"이라며 "특히 나처럼 마지막을 앞둔 선수에게는 우승이 더 간절하다"고 합니다.

그는 이번이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입니다. 우승 반지는 무려 6개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KS에서 6경기에 더 출장하면 박진만(SK·58경기)이 갖고 있는 통산 KS 최다 경기 출장 기록도 경신합니다.

진갑용이 희망하는 행복한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최근 3년 연속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진갑용은 마무리 오승환(한신)과 포옹했습니다. 그는 "이번 KS에서도 그런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내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KS도 (임)창용이의 공을 내가 받으면서 끝났으면 좋겠다"며 "그렇게만 된다면 내 야구 인생에 가장 영광스런 장면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종착역을 향해 다가가는 그가 꿈꾸는 '해피 엔딩'입니다.


대구=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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